달력

102019  이전 다음

  •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나의 소명은...?'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2.10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박완서 (웅진닷컴, 1992년)
상세보기



읽으면서 내내 외할머니 무릎을 베고 옛날 얘기를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같은 우리 말을 하면서 사는 사람인데 어쩜 그렇게 오밀조밀 재미있게 이야기를 들려주시던지.

카메라 들고 운동화신고 뛰어다니던 학보사 기자시절 학교 강당에서 박완서 작가를 처음 만났다.
대학교 강당에 특강을 나왔던 작가는 자신이 졸업한 고등학교랑 이름이 비슷해서 왠지 정이 가는 대학이라는 둥, 어머니가 워낙 자식 교육에 유별나셔서 그 시절에 대학까지 갈 수 있었다는 얘기를 했다. 그리고 자신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 된 데에는 삼국지도 맛깔나게 얘기하는 어머니 덕분인 것 같다고.

나도 그런 재주를 타고 났으면 하고 부럽기도 하고 결코 쉽게 갈고 닦아지지 않았으리라 짐작도 했다. 전쟁통의 극한 상황 속에서 작가로서의 소명을 발견했다는 것은 하나의 파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나의 소명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이 책이 처음 나왔던 1992년에 도서관 로비 신간 소개 코너에서 책 표지를 봤던 것 같다. 분명 재미있을 것 같은데 그 때는 소설책을 빌려 읽는 것이 시간의 사치처럼 여겨졌었다. 당장 눈앞에 닥친 시험과 경쟁 때문에 번호표를 받아 갑갑한 칸막이로 둘러쌓인 열람실에 자리잡고 앉기 바빴다. 읽고싶었던 책들을 하나 하나 찾아 읽게 된 지금의 여유를 감사해야 할까 싶다. 

너무 재밌어서 엄마한테 읽어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있다. 반납하던 날 검색용 컴퓨터로 급하게 옮겨 적어서 메일에 저장해 두었었다.

"
코가 막혀 냄새를 못 맡는 도깨비가 뒷간에서 밤새도록 똥으로 조찰떡을 빚는다고 했다. 재를 콩고물이나 팥고물인 줄 알고 맵시 있게 빚은 조찰떡을 재에다 굴리기를 되풀이하면서도 아까워서 한 입도 맛을 안 보다가 새벽녘에 다 빚고 나서 비로소 맛을 보고는 퉤퉤, 욕지기를 하면서 홧김에 원상대로 휘젓고 간다는 것이다. 만일 한창 그 일에 열중하고 있을 때 기침을 안 하고 뒷간문을 열면 도깨비는 들킨 게 무안해서 얼른 "조찰떡 한 개만 잡수." 하면서 그 중에서 제일 큰 걸 내놓는데 안 먹으면 무슨 해코지를 할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중략)

동짓날 팥죽을 맛있게 쑨 며느리가 한 그릇 먹는 것만으로는 감질이 나서 식구 몰래 한 그릇을 더 퍼가지고 뒷간으로 갔더란다. 며느리보다 앞서서 팥죽을 몰래 먹으려고 뒷간에 와 있던 시아버지가 며느리가 들이닥치자 놀라서 팥죽 그릇을 얼른 머리에다 썼다고 한다. 며느리 또한 임기응변으로 "아버님 팥죽 잡수세요." 하면서 가져온 팥죽 대접을 앞으로 내밀자 시아버지 왈 "얘야, 난 팥죽을 안 먹어도 이렇게 팥죽같은 땀이 흐르는구나." 했다는 것이다. 두 이야기는 다 뒷간에 갈 때는 반드시 문 앞에서 인기척을 내라는 걸 훈계하기 위해 어른들이 흔히 해 주던 얘기였다.
"


Posted by coooolj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