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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무대로 오다'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12.11 엄마, 여행갈래요?

공연명 : 감독 무대로 오다 시리즈 1탄 : 연극 엄마, 여행갈래요?
기간 : 2009년 11월 17일 ~ 2010년 1월 17일
장소 : 백암아트홀  약도보기
http://www.directorm.co.kr/


깊은 공감
'엄마, 여행갈까요?' 라는 제목만 들어도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연극일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동시에 뻔하지 않을까, 눈물 짜내는 신파는 아닐까 하는 삐딱한 생각도 든다. 
다행히 눈물샘을 자극하는 억지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철 없는 현수에게서 내가 보이고 미련하게 보일만큼 자식을 생각하는 현수 엄마에게서 우리 엄마가 보였다. 그래서 공감할 수 밖에 없었던, 눈물을 거부할 수 없었던 공연.

스테디 소재, 이따금씩 다시 봐줘야 하는
결말이 궁금해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하는 맛을 가진 소설이나 영화가 있는가 하면 '엄마, 여행갈까요?'같은 연극은 끝을 알고 달려가는 등장인물들의 고군분투를 지켜보는 맛이 있다. 더구나 그 모습이 너무나 나 자신과 닮았기에 마음을 쿡쿡 찔리는 것 같았다. 전구 갈아끼우는 것 쯤의 아무것도 아닌 일을 결국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에 해치우는 현수를 보면서, 필요할 때만 엄마를 찾고 자기 계획과 틀어졌을 때는 화를 내고야 마는 현수 누나를 보면서. 내게는 별로 어렵지 않지만 엄마가 바라는 일들-전화 한 통 하는 것 같은-을 더 늦기 전에 해야겠다는 생각을 당연히 하게 되는 것이다. 또 '엄마 없이도 잘 살 수 있지' 라는 말을 우리 엄마한테 들을 때는 어떤 마음이었는지 몰랐는데 관객의 입장으로 듣고 나서야 눈꼽만큼의 이해에 다가갈 수 있었다는 것. 그래서 식상할 것 같지만 이런 소재를 의도적으로 접하고 이따금씩 잊고 지냈던,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되는 가족간의 뜨끈한 무엇인가를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대사 실수 마저 자연스러워 보이는 김상경
철저히 철없어 보이는 김상경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제대로 빛을 발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최근에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봤는데 거기 등장한 김상경이 너무 본능에 충실하고 허술하고 책임감 없고 그래서 더더욱 현수 역에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을 수도. 몇 군데 대사를 대충 얼버무리는 것 같았는데 그것마저 실수가 아니라 자연스럽다고 느껴지는 배우가 김상경이 아닌가 한다. 허술한게 잘 어울리는 배우.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다음 작품에서는 좀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는 건 어떨까 싶기도 하다. 하나의 이미지로 굳혀지는 것, 예측 가능한 사람은 좀 재미가 덜 하니까.

감독 무대로 오다
영화감독이 연극 무대를 연출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보통 연극과 어떻게 다를까 라는 기대를 하기 마련이다. 최근에 본 연극, 뮤지컬 무대 한켠에 스크린이나 대형 모니터 같은 장치들이 종종 등장했기 때문이다. 외국어 공연에서 단지 자막을 보여주는 용도부터 무대에서 보여줄 수 없는 것을 담은 영상을 통해 다이나믹한 구성을 취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본 적이 있다. 기대와는 달리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공연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것 정도? 영화감독이 무대로 와서 영화의 색채를 드러냈다기 보다는 영화에서도 한번 쯤 해보고 싶었던 어머니 이야기를 무대에서 풀어놓은 정도. 더구나 그것을 풀어놓는 방법이 연극으로써는 완숙되지 못해서 처음 시도한 레시피로 만든 퓨전음식을 맛 본 느낌과 비슷하달까. 잦은 암전과 통채로 바뀌는 세트 등 전문가가 아닌 사람의 눈에도 아쉬웠던 부분들이 있었다. 장예모 감독이 연출한 발레 공연 '홍등'을 보고 눈이 너무 높아진 탓일까. 감독 특유의 색채감을 발레 무대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했고 영화와는 또 다른 한 편의 독립된 작품으로 큰 감동을 주었었는데.

세상에 죽은 사람들은 다 암 환자?
실제 등장 인물 중 암환자는 현수 엄마 한 사람인데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에서 죽은사람은 모두 암으로 죽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의 슬픔을 이해할 수 있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좀, 작위적이지 않은가. 작명도 좀. 죽은 정수와 히치하이커의 이름이 같고 광녀의 죽은 아들 이름도 주인공 현수와 비슷한 연수. 엄마의 건강이 악화되어감을 알리는 신음 소리도 좀 아니지 싶었다. 그 정도 연륜과 무대경험이 있는 배우에게서 나오는 신음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가장 감명깊게 본 영화가 '하루' 라는 영화다. '눈이 괜찮다 괜찮다 하고 내린다'는 시를 인용한 대사 때문에. 무엇보다도 우리 말을 사랑하고 우리 말로된 작품들을 사랑한다. 내가 본 공연을 아끼는 마음으로 주저리주저리 얘기가 길어졌음을 양해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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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강남구 삼성1동 | 백암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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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oool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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