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 천상병, 귀천 중에서
고문으로 인해 병상을 전전해야 했던 천상병 시인의 삶의 궤적을 살펴볼 때, 그리 아름다웠다고 말하기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라며 시를 매듭지었다.
한 생애를 통틀어 '소풍' 이라고 마음만 먹는다면 그래, 아름다웠다고 말 할 수도 있겠지.
주 5일 근무를 하고 1년에 2주 남짓한 휴가를 겨우 얻는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일상을 떠난 여행을 꿈꾼다. 나도 그런 평범한 직장인 중에 한 사람이었다.
그러던 지난 2012년 가을, 불현듯 더 늦으면 안되겠다 싶은 마음에 마치 무엇에 홀린듯이 모든 익숙한 것으로부터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게 되었다. 6년 넘게 다닌 직장, 가족, 친구들, 경력, 연인... 이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 전혀 낯선 환경에 나를 노출시키는 실험을 시작했다. 서호주, 퍼스에서.
마치 스무살 대학생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질 만큼 패기 넘치는 2013년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7월, 퍼스에서 만난 인연들과 함께 그리스 여행을 가게 되었다.
아직 퍼스도 낯선데, 그나마 영어도 통용되지 않는 그리스로, 그것도 섬 구석구석을 여행하게 되었다.
그것도 8주 씩이나.
촌스러운 줄 알면서도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웬지 특별해서 사진으로 남기지 않을 수가 없다.
오랜 시간 동안 머물다 보니 낯선 곳임에도 불구하고 그 곳 나름대로 일상의 패턴이 생겼다. 그리고 누구나 꿈꾸는 여행,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여행을 기여코 경험해 보고 나니 그것 역시 일상이 아니었을까, 라는 결론에 다다르고 있다. 일상을 떠나고 보니 또 일상이었더라는.
일상,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에 난데없이 봉착하기도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 볼 시간만 주어진다면 나름의 소소한 행복이 있는.
그래서 어쩌면 평범한 일상을 소풍처럼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의 견고함을 지니고 앞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8주간의 여행의 의미는 그것으로 족하리라.
이런 소박한 마음으로 쓴 일기를 하나씩 세상에 내보이려고 한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글이기 때문에 멋부리려는, 자랑하고 싶은 허영심이 꿈틀대는 것을 사뿐히 즈려밟아 주면서 솔직하게, 재미있게 쓰자고 몇 번이고 마음에 되새김질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도 안 되는 추측과 무논리, 턱없는 정보의 부족 등 빈틈이 셀 수 없을 것이 우려되는 중이다. 이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은 달게 받기로. (과연 가끔 AAA가 되기 하는 성격상 쉽게 될는지 모르겠지만). 블로그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잘못 쓴 건 시간이 지나도 고치고 또 고치고 추가할 수 있는 정보를 뒤늦게라도 발견한다면 계속 추가해 나갈 생각이다.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올라온 짧막한 글 조차도 자세히 읽을 시간 없는 바쁜 와중에 비루한 나의 일기를 부러 찾아와 읽어주시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여행기간 : 2013년 7월 23일 ~ 9월 18일
대략여정 : 아테네 - 레스보스 - 사모스 - 미코노스
- 산토리니(피라) - 파로스
그리스 간략 정보 :
- 면적 : 131,957 ㎢ (한국 99,720 ㎢)
- 인구 : 약 1,100 만 명 (한국 약 4,800 만 명)
- 1인당 GDP : $24,000 (2012년 IMF 기준, 한국 $2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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