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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진 콜 : 24시간, 조작된 진실 (2013)

Margin Call 
8
감독
J.C. 챈더
출연
케빈 스페이시, 데미 무어, 사이먼 베이커, 스탠리 투치, 제레미 아이언스
정보
스릴러, 드라마 | 미국 | 107 분 | 2013-01-03
다운로드 글쓴이 평점  


피에스타를 포함해서 아침 늦잠까지 하루에 이렇게 많은 시간을 잠에 할애한 적이 있었나 싶다. 그만큼 꿈도 많이 꾼다. 특별히 미련이 남는 것도 아닌데 서울에서 회사다니던 때가 자주 꿈에 나온다. 주로 고군분투, 한 번은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상사가 나와 거의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꺴다. 눈 떠보면 나는 에게 해의 레스보스 섬. 평화롭디 평화롭다. 꿈이 현실같고 현실이 더 꿈 같은 상황. 


회사란 정말 냉정하구나 싶었던 장면



위기를 기회로. 중간관리자로서의 최고의 리더십이었다.


마진 콜은 지금으로선 꿈에서나 나오는 예전 나의 현실을 생각나게 하는 영화였다. 한 때는 증권가 리포트를 분석하고 주식시장을 공부하면서 애널리스트를 꿈 꿔 보기도 했었는데. 또 한 때는 광고주 회사 CEO가 해외 출장가기 전에 소재 컨펌 받는다고 밤을 새기도 했었고. 


영화속 상황에서 위기는 기회였고, 기회는 평등하지 않았다. 어제 나를 해고한 상사가 오늘 해고되기도 하고. 

세일즈가 사기인가 사람들의 분에 넘치는 욕망이 덫인가 생각해보기도 하고.  

회사 또는 개인의 이익이 공공의 이익에 위배되기도 하고.

최고 책임자는 책임이 없다. 누구에게 책임을 돌릴지 궁리한다. 

안타깝게도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인물


한편, 영화가 끝나갈 즈음, 위기 관리 부장이었던 '에릭 데일' 이 자신은 한 떄 교량 건설 엔지니어 였고 자신이 건설한 다리가 두 도시간을 왕래하는 사람들의 시간을 얼마나 절약해주었는지 숫자를 읊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까지 모호하다. 



Posted by cooool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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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를 떠난지 벌써 3주가 다 되어간다. 그간 로마 제국 시절 귀족처럼 먹고 마시고 자고 간간히 읽고 쓰고 지극히 단조로운 생활을 했다. 그러다 보니 하루 해가 참 길게 느껴졌다. 그런데 지나고 돌아보니 역시 시간은 또 제 갈길을 제 속도로 가고 있는듯 하다. 


그리스의 아이들 1. 에레소스에서 만난 아이폰 프렌들리 공주님



그리스의 아이들 2. 스위스에서 파로스섬으로 휴가온 안나. 방긋방긋 잘 웃어 날개없는 천사가 따로 없다.



그리스의 아이들 3. 아테네에서 만난 안나. 여자아이답게 옷, 화장품, 신발에 벌써 관심이 많다.



수 많은 사람을 소개받았고 만나고 또 만나고 있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인사말 이외의 대화가 이어지기 어렵고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만 있자니 나도 모르게 얼굴에 쓰이나 보다. '나 지루해' 라고. 또 한편으로는 이 시간에 뭔가 의미있는 일, 기억에 남을만한 일을 하면 더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하고. 



그리스의 아이들 4. 안나의 사촌동생. 아 너무 훈훈해. 이대로 커다오. 또 만나자.



그래서 그리스어를 공부해보기로 했다. 한 달여 남짓 되는 시간동안 늘어봐야 얼마나 더 될 것인가 괜히 영어랑 혼란만 가중시키는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먼산 바라보기도 이제 할 만큼 했구나 싶다. 로제타스톤 어플이 꽤 괜찮은데 $300 이상 하는 가격이랑 인터넷 연결이 필요한 것이 좀 아쉬운 점이다. 우선은 무료체험 모드로 해 보고 그리스 문자도 써보려고 한다. 


그리스의 아이들 5. 에레소스 해변에서 가장 유명한 파라솔바 사장님의 딸래미들. 표정만큼이나 성격이 무척 도도하다.


그리스 사람들은 인사성도 밝고 말도 많아서 한 번 길에서 붙잡히면 도로가 마비되도록 대화를 나눈다. 목소리도 크고 말도 엄청 빠르고. 몇 문장 정도는 숨이 턱에 찰 때까지 한 번에 말하는 것 같다. 그런 수 많은 대화를 의미없이 흘려듣고 있자니 쉬 지루해지고 귀는 피곤해지기 일쑤다. 간혹 많이 쓰는 말들 "리뽄(영어로 'So', 우리말로 '그래서')"같이 명확하게 정말 여러 사람이 반복해서 쓰는 단어를 하나씩 골라 무슨뜻이냐고 물어보기도 해본다.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에 말해본다. 그러면 다들 깜짝 놀라며 좋아한다. '꾸끌리자(인형)'이 말을 한다며 신기하게 쳐다본다. 그런맛에 새로운 언어를 익히고 있다. 


그리스의 아이들 6. 이제 세상에 빛을 본 지 1년 째. 투명한 눈망울과 터질듯한 두 볼이 너무 사랑스러웠던 아기.


오랜만에 퍼스에 있는 친구에게 소식을 전하니 그리스가 퍼스보다 더 좋냐고 물었다. No way! 그리스는 휴양지. 무엇보다도 언어 때문에 오래 머물기에는 좀 버거운 듯 하다. 진즉 그리스어를 배우기 시작했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정말 늦은거라고 요즘은 냉정하게들 말하지만 시간은 많고 원어민들은 지천이니 무엇이 방해가 되랴.

 

그리스의 아이들 7. 붙임성 최고. 상남자. 에레소스 마을에서 만난 어린이.


언어 외에 다른 어려움이 있다면, 애연가들에 둘러쌓여 있는 것. 남녀노소 때와 장소에 구분 없이. 그리스인은 담배를 정말 많이 피운다. 심지어 임산부도, 어린아이들이 잔뜩 보여있는 공공장소에서도. 간혹 폐병 환자처럼 끝없이 기침을 하고 불쾌한 기분이 튀어나온다. 그에 비하면 버스정류장까지 금연구역으로 만든 한국의 제도가 나한테는 딱이다. 아직 길거리 흡연가들이 종종 거슬리긴 하나 그리스에 비하면야... 


그리스의 아이들 8. 에레소스 마을 중심가 플라티아 그늘 아래 카페에서 노트북을 쓰고 있으면 신기하다는 듯이 이렇게 나랑 마주앉아 쳐다보는 아이들이 종종 있었다. 낯가림도 없고 그저 호기심에 이끌린 순수한 영혼의 눈빛.



Posted by cooool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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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무렵, 메소토포스(Mesotops)라는 근처 마을에 마실을 갔다. 이 섬 대부분의 마을이 비탈길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양으로 형성되어 있는데 이 마을 역시 그런 구조였다. 


에레소스에서 메소토포스로 넘어가는 길에서 바라본 노을과 능선


그런데 마을 번화가로 들어서는 길에 작은 원형극장이 있고 어디서 이 사람들이 다 나왔을까 싶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계단형으로 된 객석을 메우고 있었다. 입구 한편에서 전통의상을 입은 소녀들이 뭔가 준비하고 있길래 잘됐구나 싶어 나도 자리를 잡았다. 


한참을 축사며 공연 취지며 내용 등 설명이 이어졌다. 안 그래도 말 많은 그리스 사람들, 무슨뜻인지 알아도 지루할 축사 형식의 연설이 장황하게 길어졌다. 


그리고 연령대별로 구성된 그룹의 전통 춤 공연이 펼쳐졌다. 초등학교 저학년 내지는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틀리거나 말거나 웃으면서 신이나서 춤을 보여주는데 눈물이 울컥 할 정도로 사랑스러워 보였다. 부모들은 얼마나 그 아이들이 예뻐보이겠나 하면서. 간단한 동작들이라 나도 따라하면서 흥을 돋았다. 


춤 공연 사이사이에는 시낭송, 연극 등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폭소를 터뜨리는 공연들이 진행됐다. 요약된 통역에 의하면 지극히 전통적인 오래된 것들부터 가장 최근에 이 마을에 벌어진 일들이 한 무대 위에서 하나씩 펼쳐졌다. 예를들면 해변가에 새로 생긴 나이트 클럽의 러시아 무용수들에 마을 남자들이 홀린 것이며, 아테네로 진출해서 최신 패션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치장 하고 마을에 돌아와 자랑하는 친구의 속물스런 모습을 풍자하는 이야기며, 남녀노소 공감하기 쉬운 소재였다고 한다. 


한껏 나름대로 치장을 하고 원형극장을 가득 메운 메소토포스 마을 사람들과 전통춤을 선보이는 사춘기의 소년, 소녀들.



다음으로 중고등학생 쯤 되어 보이는 남녀가 커플댄스를 보여줄 때는 긴장감 마저 느껴졌다. 서로 눈 마주치고 웃으면서 여유롭게 즐겨주면 더 좋으련만 소문이라도 날세라, 스텝이라도 꼬일세라 조심조심하는 모습이 순수해 보이기도 했다. 




한편, 배워서 춘다기 보다 몸에 익숙하디 익숙한 것으로 보이는 어머니 연령대의 춤이 보기에는 가장 좋았다. 사뿐사뿐 한 발 한 발 옮기는 춤사위가 음악을 느긋하게 타고 있구나 싶었다. 




그리스 사람들이 그리스 음악에 맞춰 추는 춤이긴 하나 복장과 춤은 터키의 것이라고 했다. 실상 터키가 그리스 본토보다 더 가까운 레스보스 섬의 지리적 특성상 터키 문화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리스 전통의 순수성을 따지기에 앞서 지역이 가진 특색을 전 세대가 공유하는 방식에 감명받았다. 



터키식 전통 복장을 한 그리스 소년, 소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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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 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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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oool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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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이미 모기 때문에 곤욕을 치룬 경험이 있었는데 그걸 그새 까먹고 약 챙겨 오는 것을 깜빡했다.


레스보스 섬에 도착해서 한 주 정도는 창문을 열고 잠을 자도 모기가 그리 성가시다고 느끼지 않았다. 그러다 한 번은 더위 때문에 잠이 안 와서 커튼마저 제껴두고 잠을 청했다. 다음 날 해변에서 수영하고 돌아왔을 때부터 100군데는 훌쩍 넘을 것 같은 모기물린 자리들이 부어오르며 가려워 견딜 수 없는 정도가 되었다. 호주에서 가져온 연고도, 수퍼마켓에서 산 암모니아수도 소용이 없었다. 더 물리지 않기 위해서는 온몸을 커버하고 잘 수 밖에 없는데 가려움은 땀이 나거나 더우면 더 심했다. 겨우 잠이 들었고 다음날 병원까지 갔다. 


다른 사람보다 모기에 피부가 민감하게 반응한 탓이고 알러지 반응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처방받은 약을 먹고 연고를 바르자 겨우 살 것 같았다. 문제는 모기는 계속 물리고 물린 자리는 계속 가렵다는 것. 게다가 의사는 바닷물에 들어가면 붓기가 더할 것이며 햇볓도 피해야 한다고 했다. 


한낮에도 차디찬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그래도 한동안은 좀 살 것 같은데 그것 마저 할 수 없는 상황. 물리지 않는게, 긁지 않는 것이 상책이어서 되도록 긴소매의 옷을 입고 있는다. 아 이것만 아니면...


모기와의 싸움에서 나는 초기대응을 잘 못 한 것이다. 긁어서 부어오르기 전에 약을 챙겨 먹었더라면 이렇게 환자처럼 온 몸이 울긋불긋하지는 않을텐데. 그런데 그리스 모기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게 소리없이 강해. 소리가 들리면 잡기라도 할텐데. 물론 안 잡히면 밤잠 설치는건 마찬가지 이지만. 그나마 소리없는 걸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아뭏든 생각없이 온몸을 모기밥으로 고스란히 진사한 탓에 주변에 온갓 사람들이 볼 때 마다 걱정이고 시도 때도 없이 가려워 죽겠고 선텐은 커녕 모기물린 자욱이 잔뜩 남을까봐 걱정이다. 모기에 대해 쓰고 있으니 더 가려운 것 같기도 하고. 


[간략 정보] 모기 대처법

1. 모기 Before, After 연고, 먹는 약, 스프레이 등을 준비한다. 

   현지에서 판매하는 연고나 모기 방지 스프레이 등의 효과가 생각보다 잘 듣지 않을 수 있다.

2. 손톱을 깍고 손을 깨끗이 씻고 잠든다.

   긁지 않는게 최선이지만 잠자면서 본능적으로 긁는 것 까지야 참기가 어려우므로.

3. 바디클렌저나 비누를 사용하지 않고 물로만 샤워한다. 

   상처부위가 더 덧날 수 있으므로

4. 가급적 바다수영은 피하고 수영후에는 바로 샤워를 해서 소금기를 닦아낸다.

   상처부위가 더 덧날 수 있으므로

5. 긴 팔, 긴 옷을 입는다.
   뜨거운 햇볓이 가려움증을 가중시킬 수 있고 밤에는 옷으로 모기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6. 알콜 섭취도 삼가한다.
   이게 다 모기 때문이다.




혹시 침대벌레(베드벅)은 아닐까 싶어 숙소의 메트리스와 침대 커버, 소파 커버까지 다 마당에 넣어놓고 햇볕에 소독하는 난리부르스를 벌이기도 했다. 

두 번째 의사와의 면담에서 역시나 모기에 물린 것이 확실하다는 검증을 받고서 항생제까지 복용하며 위에 나열한 대처법들을 철저히 지켰다. 그러다 보니 아무 것도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상황이 빠르게 나아지지 않자 가족들이 음식도 가려 먹기를 권해 그야말로 휴가지에서 최대한의 인내심을 발휘해야 했다.

8주동안 2개의 Moskito Repellant와 Fucicort Liquid라는 30g 짜리 연고를 4개나 썼다.




한 번도 여행중에 아팠던 적이 없었는데, '개인상비약'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기회였다. 



Posted by cooool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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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햇볓이 슬슬 자취를 감추는 늦은 오후 즈음, 옆집 스티브가 손수 가꾼 농장으로 산책을 갔다. 며칠 전 새로 샀다는 암양들 젖을 짜서 우유를 얻을 요량으로. 너비를 정확히 가늠할 수 없지만 약 2,000평 정도로 넉넉해 보이는 약간 경사진 마른 땅에 격자모양으로 줄지어 올리브 나무가 심어져 있고 그 사이를 검은 암양들과 하얀 숫양들이 색깔별로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며 풀을 뜯고 있었다. 


검은팀 한 무리



하얀팀 한 무리


그리고 양 우리 바깥쪽에도 살아 숨쉬는 보물들이. 아몬드, 포도, 토마토, 피망, 가지, 무화과... 다른 것 보다도 아몬드와 무스카토 포도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제 막 나무에서 익어 열매가 벌어지고 있었다. 양의 배설물과 흙, 마른 풀들 사이를 헤아려 어른 손가락 한 마디 만한 아몬드를 주웠다. 단단한 껍질을 돌로 깨면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과 비슷한 향이 입안에 가득 퍼지는 아몬드를 오독오독 씹어먹을 수 있다. 베스킨라빈스에서 파는 에메랄드색 아이스크림, 정말 그 맛이 똑같이 난다. 아몬드가 나무에서 나는 줄도 모를 정도로 무지했던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똥이 더럽냐 그래서 못먹겠냐 하면 그것도 적응하고 보니 뭐가 더럽고 깨끗한지 경계도 참 무의미해진다. 


신선 그 자체. 아몬드 나무


또다른 신선한 충격, 무스카토 포도. 회사원이 되고 내가 사회생활을 하고 있구나 처음 느꼈을 때가 광고매체사 직원들로부터 와인을 대접받았을 때였다. 그렇게 시작한 와인. 그중에 홀딱 반해 내 돈 주고 기꺼이 사다 마셨던 달달한 와인 중에 하나 무스카토 다스티. 주로 이탈리아 산이 많고 저렴한 스파클링 와인이었다. 그 와인의 원료가 되는 무스카토 포도를 직접 나무에서 따먹으니 이것 또한 신기한 체험이 아닐 수 없었다. 껍질이 터지면서 입안에 퍼지는 향이 알콜과 탄산 없는 무스카토 와인이었다. 더구나 막 밭에서 땄으니 그 향이 어찌나 신선하고 풍부한지. 


안정적인 미래를 꿈꾸며 도시에 살았지만 당장 오늘의 도시는 팍팍하고 냉정했다. 무엇이든 돈을 지불해야 얻을 수 있었다. 그 돈을 벌기위해 인파로 부대끼는 대중교통 안에서 깐깐한 직장에서 고군분투해야 했다. 그래서 주말이면 늘어질대로 늘어지고 싶은 마음을 추스려 시골 엄마집에 갔다. 


한여름 이맘 때면 엄마는 집앞 텃밭에서 열심히 가꾼 상추며 가지 오이 풋고추를 자랑스럽게 한 상 차려 주먹만한 채소 쌈을 싸주시곤 했다. 그럼 나는 너무 크다고 손사레를 치면서도 결국에는 터질듯이 입속에 넣고 한참을 우물우물 거리며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시골 인심 좋다는 말을 하고 아주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대지를 어머니라고 불렀나 싶다. 그렇게 시골은 풍요롭고 가꾸었든 무심했든 자연이 주는 것을 받아 푸짐하게 배불릴 수 있는 곳이었다. 한국과 그리스가 많이 닮은 점중에 하나가 시골의 그런 넉넉한 인심과 한여름의 자연이 선사하는 신선함인 듯 하다. 마치 어머니 자연이 준 것이기에 한 형제같은 사람들이 꼭 나눠 먹어야 한다는 듯이. 


한편 자연이 한없이 너그럽기만 한가 싶다가도 때로는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 


[간략 정보]


모스카토 다스티

(이탈리아어: Moscato d'Asti)는 이탈리아 피에몬테 주 아스티 지방에서 생산되는 포도주이다. 인근의 쿠네오 알레산드리아에서도 생산된다. 모스카토 다스티는 상당히 맛이 달고 알코올 함량이 낮아 후식용으로 많이 마신다. 청포도 품종인 머스캣(모스카토는 이탈리아어로 머스캣을 뜻함)으로 만든다. 아스티 스푸만테도 아스티에서 같은 종류의 포도로 만들지만, 모스카토다스티보다 거품이 많이 난다. 

- 위키백과


머스캣 

아주 다양한 기후에서 여러 가지 와인을 생산한다. 따뜻한 지역에서는 스위트 와인을, 추운 지역에서는 드라이 와인을, 이탈리아에서는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어 내고 있다. 기본적으로 낮은 산도와 풍부한 플레이버를 가지고 있으며, 독특한 꽃향기를 지니고 있다. 여러 변종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들은 다음과 같다. Muscat Blanc a Petits Grains, Muscat Canelli, Brown Muscat, Moscato Bianca, Liqueur Muscat이다.

-두산백과


Posted by cooool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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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여행에 앞서 여행가이드 보다 먼저 챙겨본 두 권의 책 중 하나가 '먼 북소리'였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80년대 그리스, 이탈리아 살이의 불편함과 경이로움을 서술했던. 



먼 북소리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출판사
문학사상사 | 2010-08-01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먼 북소리》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3년간(1986년 가을에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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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의 한 꼭지가 '이탈리아의 우편 사정' 이었다. 


이탈리아나 그리스나 비슷한 점 중 하나가 뭐 하나 온전한 국가 기반 서비스가 없다는 것.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볼 때 두 나라 다 다소 게으르고 눙치기 좋아하는 속성을 지녔다. 덕분에 우편, 통신, 수도, 교통 등 공공 서비스의 질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만족스럽지 못한 면이 있다. 


또한 현지인들의 습성 때문인지, 저렴한 임금 때문인지 아직 한국처럼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것 같은 풍경은 쉽게 볼 수 없다. 그리고 건물마다 휴대폰 대리점이 있는 우리나라와는 또 딴판으로 매우 유명한 관광지나 페리가 다니는 항구가 아닌 경우에는 유심칩을 살 수 있는 곳 조차 드물다. 있다 하더라도 스마트폰을 위한 유심칩은 정말 더더더 없다. 


호주 옵터스사의 로밍 요금이 말도 안되게 비싼 편이라 그리고 어떻게 로밍 요금에 가입하는지도 모르겠는 복잡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리스에 도착하는 즉시 유심칩을 사야겠다고 했는데 결국 이런저런 이유때문에 무료 와이파이에 근근히 기대는 처지가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관광객들이 다들 최첨단 장비들을 지니고 다니는 지라 왠만한 시골 타베르나(레스토랑&바)에도 '무료 wifi'가 제공된다는 점이었다.


그리스의 무료 인터넷 마크

얼마나 다행인가. 

그래서 타베르나에 가면 메뉴주문하고 바로 wifi 비밀번호 묻는게 일이었다. 

생각해 보면 확실히 인터넷 중독인가 싶기도 하고. 검색 중독인가 싶기도 하고.

뭘 궁금해 하면 바로 찾아봐야 직성이 풀리니.


유심칩 구매 실패로 인해 인터넷 접속이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 미리 다운받아 놓는 어플리케이션이 꽤 유용했다.

물론 오프라인에서 작동이 안 되는 앱도 일부 있다.

그래서 출발 전부터 현지에서까지 유용한 몇 가지 어플리케이션을 소개하려고 한다.

기본 언어는 대부분 영어이고 한글 지원이 되는 앱도 간혹 있다.




1. Skyscaner (활용도 : ★★★★★ , On-Line, 한글지원)

전 세계 거의 모든 항공사와 예약 사이트의 가격 비교 앱




2. Expedia (활용도 : ★★★★★ , On-Line, 한글지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2일전 저렴하고 합리적인 숙소를 예약하는데 유용하다.









3. ViewTrip (활용도 : ★★★☆☆ , On-Line)

미리 예약해둔 그리스 국내선의 일정을 알려준다.

기상 상태, 파업 등의 이유로 이착륙 일정에 변동이 있을 수 있으니 체크해두면 좋다.





4. Offline Greek English Dictionary (활용도 : ★★★☆☆ , Off-Line)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대도시로 갈수록, 젊은 사람들일수록 영어가 통할 확률이 높고

그렇지만 그리스어 발음이 섞여 영 알아듣기 어렵고 뭔가 의사소통은 해야 할 때

거의 생존의 끝자락에 필요한 앱이라고 할 수 있다.

영어로 검색하면 그리스 문자로 그리스어를 보여준다.

무료 버전에서 발음은 알 수 없다.

그러니 하고 싶은 말을 검색해서 그리스인에게 보여준다.




5. Rosetta Course (활용도 : ★★★☆☆ , On-Line, 한글지원, iPad 전용)

조금이라도 시간 여유가 있다면 무료로 간단한 그리스어를 배울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전세계에 주재원, 특파원 등 인력 파견시 언어 교육 프로그램으로 공식 추천한 프로그램이다.

사진, 음성인식, 퀴즈 등을 활용하여 단순 반복이긴 하지만 의외로 효과가 좋다.

아이패드에서만 되고 Level 1까지만 무료라는게 좀 아쉽다.




6. Blue Star Ferries (활용도 : ★★★☆ , On-Line)

섬 내부 이동은 오토바이를 이용했고 섬간 이동에는 페리를 이용했다.

7월 마지막주부터 8월 15일까지, 8월 마지막 주와 같은 최대 성수기가 아니고서는 

현지 여행사에서 쉽게 직접 티켓을 구할 수 있었다. 

블루스타페리 외에도 Hellenic Seeways, Speed 5 등과 같은 몇몇 다른 회사도 있고 

심지어 최대 성수기에도 간간히 취소되는 티켓이 있으므로 

당황하지 말고 가능한 많은 여행사 사무실을 들려보는 것도 일종의 Tip이다.

그래도 뭔가 불안한 나와 같은 성격의 소유자, 뭔가 항상 준비하고 체크해야 직성이 풀리는 인사들이

남은 좌석 수나 가능한 이동경로, 예상시간 등을 계산하기에는 매우 유용한 앱이 되시겄다.




7. Go! Samos  (활용도 : ★★★☆ , On-Line, Off-Line)

무려 그리스 현지인을 동행하는 길임에도 현지인에게도 낯선 곳이 있는 법

그래서 다운로드 받게 된 어플리케이션이다.

사모스 섬은 산토리니에 비해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섬이어서 인터넷을 다 뒤져도 정보를 찾기 쉽지 않았다.

이 어플리케이션은 현지 여행사 사무실에 지도를 얻으러 갔다가 눈에 띈 리플렛을 보고 다운로드 받게 되었는데 꽤나 유용했다. 

섬 곳곳이 전혀 다른 섬처럼 제각기 색다른 매력을 품고 있는데 그 매력을 간단 명료하게 사진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8. Louie Vega (활용도 : ★★☆ , On-Line, Off-Line)

미코노스 섬의 최대 규모 클럽 'Cavo Paradiso'에 가기 전, 

포스터에 나온 DJ 이름을 보고 다운로드 받게 됐다.

음악이 내 스타일이 아니면 하룻밤 그냥 망치게 되므로. 이런건 미리 체크

Louie Vega의 음악은 주로 최근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전자음악, 파티 음악의 믹싱형태였다.

미국을 주 무대로 하는 유명한 DJ라고 프로필에 나와있는데 실제 그 밤의 음악이 그의 명성 만큼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그저 Club Paradiso의 웅장한 규모와 장대한 경관, 그리고 해뜰 때까지 미친듯이 노는 젊음이 인상적이었지.

암튼, 요즘은 DJ들도 어플리케이션으로 자신을 홍보하는구나 싶어 신기했다.




9. Star Walk TM (활용도 : ★★☆ , On-Line, Off-Line, iPad 전용)

출시 초기부터 증강현실 기술과 막대한 우주과학 정보 떄문에 교육용 앱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영어식 표현을 빌리자면 Unspoiled Nature, 그리스의 섬들 대부분이 천연의 그 멋 그대로 제색을 갖추고 있으므로

밤 하늘 또한 맑고 은하수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별이 몇 억 광년 전에 쏟아져 내려온 빛인지, 어느 별자리에 속하는 별인지, 아니면 인공위성인지 까지도 확인할 수 있는 신기한 앱


여행 정보라는 것이 너무 많이 파도 막상 현지에서 그 모든 것을 경험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주기도 하고

너무 없어도 갑갑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여행준비에도 Compromise(타협, 절충)이 필요한 가 보다.

준비한 보람이 있는가 하면 예상치 못한 변수가 또 다른 발견과 만족감을 주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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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눈이 떠지면 일어나 터키식 커피에 빵과 치즈 간혹 삶은 계란이나 야채들을 곁들여 아침식사를 한다. 그리고 바로 옆집, 혹은 몇 골목 건너에 사는 이웃들에게 아침 인사를 하러 가거나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

다음은 파도가 잔잔한 스칼라 에레소스 해변에 수영하러 간다. 고개를 든 채 헤엄쳐서 한 번에 갈 수 있는 거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몇 년 전 회사 근처 스포츠 센터에서 배운 자유영을 바다에서 써먹기엔 두려움이 너무 크다. 무엇보다도 짜다못해 쓰디쓴 바닷물을 먹게 되는게 가장 무섭다. 


스칼라 에레소스 바로 앞 작은 섬. 매주 주말 아침 레즈비언 수영대회가 열리는 곳이다.

스칼라 에레소스 해변과 해변가 마을의 전경. 약속이라도 한듯 모두 오렌지색 기와를 올린 지붕이 파란 하늘과 바다, 푸릇푸릇한 나무들과 기가막힌 조화를 이룬다.


스칼라 에레소스의 작은 항구. 작인 고깃배나 개인 보트가 정박해 있다.



다시 에레소스 빌리지로 돌아와서 가족들과 점심식사. 양고기, 생선, 토마토, 가지, 그리고 올리브오일을 주 재료로 하는 그리스 또는 터키 전통요리. 한낮 35도를 육박하는 에게해의 더운 날씨에 뜨거운 불 앞에서 땀 흘려가며 요리해 준 가족들의 노고에 더욱 맛있게 식사를 한다. 깔리오렉시! (맛있게 드세요)를 외치면 마치 이제막 어린 아이가 말을 배워입을 뗀 것처럼 다들 흐믓해 한다. 한편, 올리브유 듬뿍 눈에 보이는 기름층이 처음엔 이질감을 불러왔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위약한 내 체질에는 오히려 속편한 음식이 되는 것 같다. 



이맘, 혹은 맘발디 라고 부르는 가지찜요리. 의외로 쌀밥과 잘 어울린다.



그리스식 샐러드와 그레이프 바인 립 롤(포도잎쌈). 샐러드는 김치처럼 거의 모든 음식과 함께 끼니마다 먹었고 포도잎쌈은 그 향기가 정말 독특해서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그리스 전통 디저트. 페스트리에 아몬드와 설탕을 넣고 돌돌돌 말아준. 단물이 뚝뚝 떨어져서 반입만 먹으면 딱 좋다.


그리고 하루 중 가장 더운 마의 시간대. 1m 가까이 두껍게 지은 벽도 뚫고 들어오는 열기. 그저 그늘을 찾아 한 숨 돌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그래서 시에스타가 있나보다. 그러나 가급적 선풍기나 에어컨은 틀지 않으려고 했다. 왠지 자연과의 싸움에서 내가 루저가 된 듯한 느낌이 들어. 


5시쯤이 되면 마당 전체가 아름드리 호두나무 덕분에 제대로 그늘이 지고 해풍이 불어온다. 그러면 베가몬 게임을 할 시간이다. 그리스 전통 장기라고 할 수 있는 베가몬. 룰이 간단한 편이지만 주사위 숫자에 따라 다소 머리를 굴려줘야 한다. 배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것이 베가몬 게임! 현지인들은 "따블리" 라고 부른다.




해는 9시가 되어도 뜸을 들이고 수평선에 기대어 앉아있다. 이 시간이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온 마을은 다시 하루를 시작하는 분위기가 된다. 온갖 레스토랑과 카페가 북적대고 어린 아이들이 골목을 뛰어다닌다. 이렇게 활기찬 밤은 자정까지 지속된다. 나도 그 분위기를 타고 그들 사이에 섞여 우조, 맥주와 함께 저녁을 먹는다. 


이것이 지난 2주간 이곳에서 보낸 하루 일과의 패턴.

이만큼 여유롭게 보낸 휴가가 없었다. 

학교 신문사, 아르바이트, 전공 공부, 사적인 수많은 약속들에 쫓기듯 지냈던 대학생 시절, 단 3일만이라도 아무 것도 하지 않아봤으면 좋겠다고 나는 소원했다. 그래서인지 근래의 여유로운 일상은 마치 은퇴자가 받는 연금마냥 이렇게 누려도 되나 하는 의심없이 당연스레 받아 들여지는 것이다. 물론 '치열한 삶은 계속되어야만 한다' 라는 일념으로 읽고 쓰고 생각하는 일은 게으름을 피우지 않으려고 나의 정신적 정체성을 붙들고 있다. 


떠나기전 메신저에서 선배언니가 말했다.

언제든 다시 갈 수 있다는 마음으로 여유롭게 넉넉하게 즐기다 오라고. 

그간 내가 계획했던 대부분의 여행은 이것도 놓치면 아깝고 저것은 꼭 먹어봐야 하고 그렇게 시간을 쪼개고 쪼개 계획하고 강행군을 하는 여행이었다. 일일이 엑셀 파일에 시간별 이동 경로와 여행지 정보, 주소, 전화번호, 웹사이트 URL까지 넣어 꼼꼼하게 계획하는 것이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계획한 내용의 70퍼센트에서 80퍼센트를 달성했다 한들 아쉽지 않았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여행이 세일즈 목표는 아닌고로.

그러니 언니 조언에 "아멘, 은혜로운 말씀 감사" 라고 대답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런 여행이 가능하게 했던 사람들과의 운명같은 만남이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할 따름. 아직도 꿈꾸고 있는듯 실감이 잘 나지 않고 간혹 꿈에 나타나는 직장 상사가 더 현실감 있어서 무엇이 꿈이고 현실인지 헷갈리는 상황. 꿈같은 현실이 눈앞에 있고 제발 현실이 아니었으면 했던 기억들이 이제는 꿈에서나 나타나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행운이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여유로운 일상에 감사하는 방법으로 몸과 정신이 게을러지는 것을 경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겠다. 구체적으로 보고 듣고 먹고 읽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잘 기록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아 훗날 이 시간이 나를 성장시키는 한 단계였음을, 그저 얻어걸린 행운에 기대어 흘려보낸 시간이 아니었음을 이야기 할 수 있도록.


[간략 정보]

- 에레소스 마을의 2013년 여름 물가 :

  그리스 경제가 위기에 처했고 그로 인한 유로존의 붕괴 위험까지 거론되는 마당에 정작 에레소스의 물가는 그저 성수기 휴가지 물가였다. 

  > 카페라테 1잔 : 4.5 유로

  > 해변 타베르나의 메인 메뉴 : 15 유로 내외

  > 레스토랑 웨이터 하루 임금 (10시간 이상 근무) : 25유로

  > 빵 1유로

  그러므로 웬만한 식사는 직접 요리하는게 훨씬 경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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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낮잠-해변-밤잠 이런 생활이 2주정도 가까워 졌을 즈음 에레소스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Sigri(시그리) 구경을 나섰다. 숙소였던 에레소스 마을에서 25km 가 채 안되는 거리에 위치해 자가용이나 오토바이로 3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부러 보존하려고 애 쓴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훼손되지도 않은 있는 그대로의 수수한 얼굴을 한 시그리였다. 


여정 : Ypsilou Monastery - Petrified forest - National History Museum of the Petrified Forest


500년 이하는 소장품도 아니라는 듯 시간의 먼지를 잔뜩 입은 성직자들의 의복이며 장신구들로 채워진 작은 수도원 박물관. 소박한 파스텔톤 색깔로 만발한 수국이 첫인사를,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문앞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가 배웅해주는 나이 지긋한 수도원.


나이 지긋한 수도원에 수국만이 그 생명력을 지탱하고 있는 듯


태어난지 며칠 안 된 것 같은 새끼 고양이 두마리가 수도원 구석에 이런 모양으로 웅크리고 있다.



요새같기도 하고 교회같기도 한 저 문을 나서면 숨막힐듯한 절경이 펼쳐진다. 사진으로 담기 아까울 정도


발굴 현장을 그대로 보존하듯 그 자리에 그렇게 전시하고 있었던 Petrified forest. 

Forest 라고 해서 나는 정말 울창한 숲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곳은 21세기의 그리스. 그것도 한 여름. 사막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돌산에 산책로와 쉼터를 곳곳에 만들어 두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산책하면서 암석화된 나무들을 관람할 수 있도록. 

일부는 서있었고 일부는 누워있었는데 족히 10m 가까이 되어 보이는 암석화된 나무는 마치 뚜껑없는 관 속에 누워있는 것 같았다.

섭씨 30도가 넘는 뜨거운 태양 아래 한 낮이었지만 친구, 가족단위의 소소한 규모의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가까이 보면 보석처럼 찬연하게 반짝인다. 2천만년 전 이것은 나무


                                Petrified forest. 언뜻보면 그냥 돌산



해변가 마을 근처의 박물관에서는 암석화, 화석화 과정을 설명하는 자료들과 세계 각지에서 온 암석화 식물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몇 백만년 전에 생성된 것이 보통이었던 전시물들. 

화석화 과정, 화산 분출 과정, 그리고 지역 홍보물 등 교육과 관광 목적에 충실한 공간이었다.



그리고 다시 밤.

태블릿 PC로 알아본 별빛은 이미 몇백만 광년 혹은 몇 천만 년 전에 출발한 빛이라는 것.

지금은 존재 하는지 아닌지 조차 알 수 없고 우리가 살아있는 백 년 남짓의 시간은 그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그래서 가늠하기 조차 어렵게 느껴지는 시간 앞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간략정보]

- Ypsilou 수도원의 숨막히는 절경 [보기]

- Petrified forest :우리말로 화석화된 나무들이 모여있는 숲. 2천만년 전 열대 우림지역이었던 이곳은 화산활동으로 인해 화산재가 나무들을 뒤덮은 뒤 그대로 퇴적작용으로 압력이 가해져 나무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돌이된 상태이다. (입장료 2유로)

National History Museum of the Petrified Forest : 시그리의 화석화 나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만들어진 자연의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다. [홈페이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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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에 나갔다 어둠이 내린 에레소스 마을에 돌아오는 길이면 나는 마치 우주 어딘가 행성에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마을 골목 마다 켜진 색색깔의 가로등은 중학교 과학시간에 배웠던 1등성, 2등성 밝기도 다르고 색깔도 다른 별 같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만큼 그리스는 나에게 우주처럼 멀었던 곳, 미지의 세계였다. 



골목 골목을 밝히는 가로등 불빛이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1등성, 2등성 행성 같다.


많이 알면 더 많이 보이리라.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으면 조금 공부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책 마지막 장을 내려놓은 지금, 다소 억지스러운 분류일수도 있으나 그리스인은 크게 카잔차키스형 그리스인과 조르바형 그리스인이 있는 것 같다. 

전자가 역사와 지식, 사회적 책임감에 지극히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인간형이라면 후자는 있는 그대로의 세계와 욕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누리는 초인형 인간이다. 두 인간형의 조합과 충돌이 지금의 그리스를 있게한 것은 아닌가 상상해 본다. 한편으로는 급진적이나 한편으론 역사에 대한 자존심이 경제발전에 발목을 잡는 지금의 형국. 아뭏든 책 속에서는 극과 극의 두 인간형이 겉으로는 무시하는 듯 하지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존경심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엮어낸다.  


이야기는 나를 둘러싼 관계에서 나의 역할을 생각하게 했다. 나보다 더 조르바형 친구 앞에서 나는 카잔차키스형 인간이 되고 때로는 그 반대 역할을 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날은 행동하라, 고 강력하게 주문하는 한편 또 어떤 날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이런 저런 고민거리들을 머리에 이고 있기도 한다.


하늘로 솟구칠 듯이 펄쩍 뛰는가 하면 우수에 잠겨 산투르를 연주하기도 했던 조르바. 그가 풍류를 즐겼을 법한 노을지는 에게해의 해변.


한편 크레타 섬 마을에서 벌어진 사건들 중 과부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사뭏 섬뜩하기까지 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작은 공동체일수록 열망과 분노가 쉽사리 극단적으로 치닿는 듯 보였다. 그리고 여성을 묘사하는 방식이 독립된 인격체라기보다는 돌봐줘야 할 대상 내지는 육체적인 쾌락을 위한 대상 혹은 쾌락만 추구하는 존재 등 이어서 거북스럽기도 했다. 또한 원작자의 본래 의도였는지 모르겠지만 그리스 정교와 관련된 용어들을 법복, 수도승, 파계, 등과 같은 불교의 용어들로 풀어써서 좀 혼란스러웠다. 


결론적으로 그리스인 조르바가 그리스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나 누군가 묻는다면 기대한 만큼은 아니지만 그토록 위대한 문명국가가 어떤 연유로 지금의 혼란을 겪고있는지 이해하는 데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다고 대답할 수 있다. 또한 기대하지 않았던 카잔차키스의 세계관을 통해 나의 행복의 키높이도 조금 자라지 않았을까 바라본다.




그리스인 조르바

저자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08-03-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그리스의 대문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현대 그리스 문학을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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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첫 닭 울음 소리와 교회 종소리 그리고 매미 울음 소리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됐다.

담 하나 건너 이웃과 아침식사를 하고 산책을 나섰다.

가는 길마다 즐비한 꽃, 올리브 나무, 무화과 나무.

산을 올려다보면 어떻게 이리도 척박한 땅을 일궈 살아왔는지 놀라울 정도이다.

그만큼 메마르고 가파르다. 



우리나라 같은 장마철이 있다면 금새 산사태가 날 것 같은 레스보스 섬의 돌산들


습관적으로 낯선 곳에 가면 익숙한 곳과 같은 것은 무엇이며 다른 것은 무엇인지 분류하려고 한다.

놀랍게도 지구 반대편 이곳은 한국의 시골 어딘가와 많이 닮아있다.

번지 수 없이도 우편 배달부가 편지를 배달할 정도로 오래된 집과 사람들,

그리고 봉숭아 꽃이며 가지, 토마토, 고추 나무 같은 작물들이 자라는 풍경이 참 많이 닮았다.

심지어 확성기에 대고 광고하면서 다니는 자동차 행상 까지도. 

깔부^지야~ 뻬뽀니야~ (수박이요, 멜론이요~ 싱싱한 과일 있어요~)



화초로 장식된 어느 집 현관



집이 지어진 구조와 모양새는 좀 다르다.

벽 두께가 1미터는 족히 되어보인다. 여름날 뜨거운 햇빛을 잘 막아줄 수 있도록 생겼다. 한 낮에도 집 안에 들어오면 마치 동굴 안 처럼 시원하다. 

오래된 집들임에도 불구하고 저마다 개성을 지니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다른 것 보다도 창문의 페인트 색으로 일정한 테마를 형성하고 있다. 


레스보스의 가장 전형적인 전통 가옥의 모습, 흙과 돌을 주 재료로 하고 지붕은 대부분 기와 지붕이다.






전통 가옥의 내부. 한여름 뙤약볕과 한겨울 거센 바람을 막아주는 두터운 벽




에레소스 마을의 학교. 이 마을 출신 미국 교포가 사유 재산을 기부하여 그리스 신전 모양으로 으리으리하게 지은 학교



이렇게 다르고 같은 환경 속에서 나는 불평하는 대신 대안을 찾으려고 한다.

날이 더우면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배가 고프면 산투르 연주가 흘러나오는 카페에 앉아 점심을 먹고

식곤층이 몰려오면 소박한 손자수로 꾸며진 침대에서 낮잠을 청한다.

목이 마르면 에게해의 뜨거운 태양 아래 자라 단물이 뚝뚝 떨어지는 수박을 먹고 또 먹는다.


한 때 나는 얼마나 많은 불평과 생각 속에 나를 가두고 있었나.

얼마나 많은 욕심을 가졌었나. 


기대하지 않은 곳에 더 큰 행복이 있음을 배우고 있다.




레스보스 섬 간략 정보

레스보스(그리스어: νησιά Λέσβος 니시아 레스보스[*], 터키어: Midilli)는 그리스 동부 에게 해에 있는 으로, 미틸리니 해협으로 터키와 떨어져 있다. 중심지는 섬의 남쪽에 위치한 미틸리니이다.

이 섬의 면적은 1,630㎢, 해안선의 총 길이는 370km이며, 그리스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이자 에게 해의 섬들 중에서 가장 넓다. 행정적으로 레스보스는 레스보스 현(縣)에 속한다. 기후는 온난한 지중해성 기후이며, 인구는 2001년 기준 90,643명이다.

시인 사포의 출신지로, 고대에 이 섬에 여성간의 동성애가 성행하였다는 데서 레즈비언이라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 출처 : 위키피디아


에레소스 빌리지는 레스보스 섬의 수도라고 할 수 있는 미틸리니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시인 사포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어 관광객의 절반가까이가 레즈비언이었다. 그래서 이들을 위한 축제, 크루즈 여행, 수영 등 이벤트가 다양하다. 일부 상의를 탈의하고 해수욕을 즐기는 분들이 있어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를 때도 있지만 섹시하다기 보다는 민폐스럽게 느껴졌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35도를 웃도는 한여름에도 바닷물 온도가 무척 차갑게 느껴져서 수영을 하기 전 Climatising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하반신부터 조금씩 물 온도에 몸을 적응시키는 것이다. 5분 정도면 충분하다. 

에레소스 해변은 파도가 높지 않은 편이어서 수영하기에 적합하고 물이 정말 깨끗(영어식 표현으로는 Crystal clear)해서 스노클링 하기에도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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