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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낮잠-해변-밤잠 이런 생활이 2주정도 가까워 졌을 즈음 에레소스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Sigri(시그리) 구경을 나섰다. 숙소였던 에레소스 마을에서 25km 가 채 안되는 거리에 위치해 자가용이나 오토바이로 3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부러 보존하려고 애 쓴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훼손되지도 않은 있는 그대로의 수수한 얼굴을 한 시그리였다. 


여정 : Ypsilou Monastery - Petrified forest - National History Museum of the Petrified Forest


500년 이하는 소장품도 아니라는 듯 시간의 먼지를 잔뜩 입은 성직자들의 의복이며 장신구들로 채워진 작은 수도원 박물관. 소박한 파스텔톤 색깔로 만발한 수국이 첫인사를,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문앞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가 배웅해주는 나이 지긋한 수도원.


나이 지긋한 수도원에 수국만이 그 생명력을 지탱하고 있는 듯


태어난지 며칠 안 된 것 같은 새끼 고양이 두마리가 수도원 구석에 이런 모양으로 웅크리고 있다.



요새같기도 하고 교회같기도 한 저 문을 나서면 숨막힐듯한 절경이 펼쳐진다. 사진으로 담기 아까울 정도


발굴 현장을 그대로 보존하듯 그 자리에 그렇게 전시하고 있었던 Petrified forest. 

Forest 라고 해서 나는 정말 울창한 숲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곳은 21세기의 그리스. 그것도 한 여름. 사막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돌산에 산책로와 쉼터를 곳곳에 만들어 두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산책하면서 암석화된 나무들을 관람할 수 있도록. 

일부는 서있었고 일부는 누워있었는데 족히 10m 가까이 되어 보이는 암석화된 나무는 마치 뚜껑없는 관 속에 누워있는 것 같았다.

섭씨 30도가 넘는 뜨거운 태양 아래 한 낮이었지만 친구, 가족단위의 소소한 규모의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가까이 보면 보석처럼 찬연하게 반짝인다. 2천만년 전 이것은 나무


                                Petrified forest. 언뜻보면 그냥 돌산



해변가 마을 근처의 박물관에서는 암석화, 화석화 과정을 설명하는 자료들과 세계 각지에서 온 암석화 식물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몇 백만년 전에 생성된 것이 보통이었던 전시물들. 

화석화 과정, 화산 분출 과정, 그리고 지역 홍보물 등 교육과 관광 목적에 충실한 공간이었다.



그리고 다시 밤.

태블릿 PC로 알아본 별빛은 이미 몇백만 광년 혹은 몇 천만 년 전에 출발한 빛이라는 것.

지금은 존재 하는지 아닌지 조차 알 수 없고 우리가 살아있는 백 년 남짓의 시간은 그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그래서 가늠하기 조차 어렵게 느껴지는 시간 앞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간략정보]

- Ypsilou 수도원의 숨막히는 절경 [보기]

- Petrified forest :우리말로 화석화된 나무들이 모여있는 숲. 2천만년 전 열대 우림지역이었던 이곳은 화산활동으로 인해 화산재가 나무들을 뒤덮은 뒤 그대로 퇴적작용으로 압력이 가해져 나무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돌이된 상태이다. (입장료 2유로)

National History Museum of the Petrified Forest : 시그리의 화석화 나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만들어진 자연의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다. [홈페이지 보기] 










Posted by cooool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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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에 나갔다 어둠이 내린 에레소스 마을에 돌아오는 길이면 나는 마치 우주 어딘가 행성에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마을 골목 마다 켜진 색색깔의 가로등은 중학교 과학시간에 배웠던 1등성, 2등성 밝기도 다르고 색깔도 다른 별 같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만큼 그리스는 나에게 우주처럼 멀었던 곳, 미지의 세계였다. 



골목 골목을 밝히는 가로등 불빛이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1등성, 2등성 행성 같다.


많이 알면 더 많이 보이리라.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으면 조금 공부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책 마지막 장을 내려놓은 지금, 다소 억지스러운 분류일수도 있으나 그리스인은 크게 카잔차키스형 그리스인과 조르바형 그리스인이 있는 것 같다. 

전자가 역사와 지식, 사회적 책임감에 지극히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인간형이라면 후자는 있는 그대로의 세계와 욕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누리는 초인형 인간이다. 두 인간형의 조합과 충돌이 지금의 그리스를 있게한 것은 아닌가 상상해 본다. 한편으로는 급진적이나 한편으론 역사에 대한 자존심이 경제발전에 발목을 잡는 지금의 형국. 아뭏든 책 속에서는 극과 극의 두 인간형이 겉으로는 무시하는 듯 하지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존경심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엮어낸다.  


이야기는 나를 둘러싼 관계에서 나의 역할을 생각하게 했다. 나보다 더 조르바형 친구 앞에서 나는 카잔차키스형 인간이 되고 때로는 그 반대 역할을 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날은 행동하라, 고 강력하게 주문하는 한편 또 어떤 날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이런 저런 고민거리들을 머리에 이고 있기도 한다.


하늘로 솟구칠 듯이 펄쩍 뛰는가 하면 우수에 잠겨 산투르를 연주하기도 했던 조르바. 그가 풍류를 즐겼을 법한 노을지는 에게해의 해변.


한편 크레타 섬 마을에서 벌어진 사건들 중 과부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사뭏 섬뜩하기까지 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작은 공동체일수록 열망과 분노가 쉽사리 극단적으로 치닿는 듯 보였다. 그리고 여성을 묘사하는 방식이 독립된 인격체라기보다는 돌봐줘야 할 대상 내지는 육체적인 쾌락을 위한 대상 혹은 쾌락만 추구하는 존재 등 이어서 거북스럽기도 했다. 또한 원작자의 본래 의도였는지 모르겠지만 그리스 정교와 관련된 용어들을 법복, 수도승, 파계, 등과 같은 불교의 용어들로 풀어써서 좀 혼란스러웠다. 


결론적으로 그리스인 조르바가 그리스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나 누군가 묻는다면 기대한 만큼은 아니지만 그토록 위대한 문명국가가 어떤 연유로 지금의 혼란을 겪고있는지 이해하는 데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다고 대답할 수 있다. 또한 기대하지 않았던 카잔차키스의 세계관을 통해 나의 행복의 키높이도 조금 자라지 않았을까 바라본다.




그리스인 조르바

저자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08-03-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그리스의 대문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현대 그리스 문학을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Posted by cooool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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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첫 닭 울음 소리와 교회 종소리 그리고 매미 울음 소리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됐다.

담 하나 건너 이웃과 아침식사를 하고 산책을 나섰다.

가는 길마다 즐비한 꽃, 올리브 나무, 무화과 나무.

산을 올려다보면 어떻게 이리도 척박한 땅을 일궈 살아왔는지 놀라울 정도이다.

그만큼 메마르고 가파르다. 



우리나라 같은 장마철이 있다면 금새 산사태가 날 것 같은 레스보스 섬의 돌산들


습관적으로 낯선 곳에 가면 익숙한 곳과 같은 것은 무엇이며 다른 것은 무엇인지 분류하려고 한다.

놀랍게도 지구 반대편 이곳은 한국의 시골 어딘가와 많이 닮아있다.

번지 수 없이도 우편 배달부가 편지를 배달할 정도로 오래된 집과 사람들,

그리고 봉숭아 꽃이며 가지, 토마토, 고추 나무 같은 작물들이 자라는 풍경이 참 많이 닮았다.

심지어 확성기에 대고 광고하면서 다니는 자동차 행상 까지도. 

깔부^지야~ 뻬뽀니야~ (수박이요, 멜론이요~ 싱싱한 과일 있어요~)



화초로 장식된 어느 집 현관



집이 지어진 구조와 모양새는 좀 다르다.

벽 두께가 1미터는 족히 되어보인다. 여름날 뜨거운 햇빛을 잘 막아줄 수 있도록 생겼다. 한 낮에도 집 안에 들어오면 마치 동굴 안 처럼 시원하다. 

오래된 집들임에도 불구하고 저마다 개성을 지니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다른 것 보다도 창문의 페인트 색으로 일정한 테마를 형성하고 있다. 


레스보스의 가장 전형적인 전통 가옥의 모습, 흙과 돌을 주 재료로 하고 지붕은 대부분 기와 지붕이다.






전통 가옥의 내부. 한여름 뙤약볕과 한겨울 거센 바람을 막아주는 두터운 벽




에레소스 마을의 학교. 이 마을 출신 미국 교포가 사유 재산을 기부하여 그리스 신전 모양으로 으리으리하게 지은 학교



이렇게 다르고 같은 환경 속에서 나는 불평하는 대신 대안을 찾으려고 한다.

날이 더우면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배가 고프면 산투르 연주가 흘러나오는 카페에 앉아 점심을 먹고

식곤층이 몰려오면 소박한 손자수로 꾸며진 침대에서 낮잠을 청한다.

목이 마르면 에게해의 뜨거운 태양 아래 자라 단물이 뚝뚝 떨어지는 수박을 먹고 또 먹는다.


한 때 나는 얼마나 많은 불평과 생각 속에 나를 가두고 있었나.

얼마나 많은 욕심을 가졌었나. 


기대하지 않은 곳에 더 큰 행복이 있음을 배우고 있다.




레스보스 섬 간략 정보

레스보스(그리스어: νησιά Λέσβος 니시아 레스보스[*], 터키어: Midilli)는 그리스 동부 에게 해에 있는 으로, 미틸리니 해협으로 터키와 떨어져 있다. 중심지는 섬의 남쪽에 위치한 미틸리니이다.

이 섬의 면적은 1,630㎢, 해안선의 총 길이는 370km이며, 그리스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이자 에게 해의 섬들 중에서 가장 넓다. 행정적으로 레스보스는 레스보스 현(縣)에 속한다. 기후는 온난한 지중해성 기후이며, 인구는 2001년 기준 90,643명이다.

시인 사포의 출신지로, 고대에 이 섬에 여성간의 동성애가 성행하였다는 데서 레즈비언이라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 출처 : 위키피디아


에레소스 빌리지는 레스보스 섬의 수도라고 할 수 있는 미틸리니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시인 사포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어 관광객의 절반가까이가 레즈비언이었다. 그래서 이들을 위한 축제, 크루즈 여행, 수영 등 이벤트가 다양하다. 일부 상의를 탈의하고 해수욕을 즐기는 분들이 있어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를 때도 있지만 섹시하다기 보다는 민폐스럽게 느껴졌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35도를 웃도는 한여름에도 바닷물 온도가 무척 차갑게 느껴져서 수영을 하기 전 Climatising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하반신부터 조금씩 물 온도에 몸을 적응시키는 것이다. 5분 정도면 충분하다. 

에레소스 해변은 파도가 높지 않은 편이어서 수영하기에 적합하고 물이 정말 깨끗(영어식 표현으로는 Crystal clear)해서 스노클링 하기에도 적합하다. 





Posted by cooool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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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 천상병, 귀천 중에서


고문으로 인해 병상을 전전해야 했던 천상병 시인의 삶의 궤적을 살펴볼 때, 그리 아름다웠다고 말하기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라며 시를 매듭지었다. 


한 생애를 통틀어 '소풍' 이라고 마음만 먹는다면 그래, 아름다웠다고 말 할 수도 있겠지.


주 5일 근무를 하고 1년에 2주 남짓한 휴가를 겨우 얻는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일상을 떠난 여행을 꿈꾼다. 나도 그런 평범한 직장인 중에 한 사람이었다.


그러던 지난 2012년 가을, 불현듯 더 늦으면 안되겠다 싶은 마음에 마치 무엇에 홀린듯이 모든 익숙한 것으로부터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게 되었다. 6년 넘게 다닌 직장, 가족, 친구들, 경력, 연인... 이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 전혀 낯선 환경에 나를 노출시키는 실험을 시작했다. 서호주, 퍼스에서. 


마치 스무살 대학생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질 만큼 패기 넘치는 2013년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7월, 퍼스에서 만난 인연들과 함께 그리스 여행을 가게 되었다. 


아직 퍼스도 낯선데, 그나마 영어도 통용되지 않는 그리스로, 그것도 섬 구석구석을 여행하게 되었다. 

그것도 8주 씩이나. 



촌스러운 줄 알면서도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웬지 특별해서 사진으로 남기지 않을 수가 없다.


오랜 시간 동안 머물다 보니 낯선 곳임에도 불구하고 그 곳 나름대로 일상의 패턴이 생겼다. 그리고 누구나 꿈꾸는 여행,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여행을 기여코 경험해 보고 나니 그것 역시 일상이 아니었을까, 라는 결론에 다다르고 있다. 일상을 떠나고 보니 또 일상이었더라는. 


일상,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에 난데없이 봉착하기도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 볼 시간만 주어진다면 나름의 소소한 행복이 있는. 


그래서 어쩌면 평범한 일상을 소풍처럼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의 견고함을 지니고 앞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8주간의 여행의 의미는 그것으로 족하리라.


이런 소박한 마음으로 쓴 일기를 하나씩 세상에 내보이려고 한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글이기 때문에 멋부리려는, 자랑하고 싶은 허영심이 꿈틀대는 것을 사뿐히 즈려밟아 주면서 솔직하게, 재미있게 쓰자고 몇 번이고 마음에 되새김질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도 안 되는 추측과 무논리, 턱없는 정보의 부족 등 빈틈이 셀 수 없을 것이 우려되는 중이다. 이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은 달게 받기로. (과연 가끔 AAA가 되기 하는 성격상 쉽게 될는지 모르겠지만). 블로그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잘못 쓴 건 시간이 지나도 고치고 또 고치고 추가할 수 있는 정보를 뒤늦게라도 발견한다면 계속 추가해 나갈 생각이다.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올라온 짧막한 글 조차도 자세히 읽을 시간 없는 바쁜 와중에 비루한 나의 일기를 부러 찾아와 읽어주시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여행기간 : 2013년 7월 23일 ~ 9월 18일


대략여정 : 아테네 - 레스보스 - 사모스 - 미코노스 

              - 산토리니(피라) - 파로스 


그리스 간략 정보 : 


  - 면적131,957  (한국 99,720 )

  - 인구 : 1,100 (한국 4,800 )

  - 1인당 GDP : $24,000 (2012 IMF 기준, 한국 $23,000)




Posted by cooool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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