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102013  이전 다음

  •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 간략 여정 : 에레소스 - 미심나(몰리보스) - 미틸리니 - 사모스


그리스의 걷기 좋은 길. 같은 랭킹이 있다면 1위로 꼽고 싶은 몰리보스의 상점거리.




건물과 건물 사이를 나무그늘로 채워 주신 센스. 이정표도 통일감있게 몰리보스 어딜가나 같은 디자인으로 꾸며져 있다.




모스를 향해 가는 길에 미심나를 이틀간 둘러보기로 했다. 오래된 성과 항구, 해변을 따라 형성된 타베르나의 불빛들에 이제 막 차오른 신선한 보름달 빛까지 환상적인 야경을 가진 곳이었다. 



숙소에서 바라본 야경. 야경도 멋졌지만 ebay에서 $130 주고 산 sony 똑딱이 디카가 내가 보는 그대로를 담아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 깜놀





그야말로 불야성. 항구의 타베르나와 사람들.




운 좋게 고성 앞 카페에서 이 멋진야경과 함께 꽤나 잘 정제된 라이브 공연팀의 그리스 전통음악을 즐길 기회까지 잡았다. 



오스만에 의해 완성된 몰리보스의 고성. 그 멋스러움과 음악, 와인, 달빛 모든 것이 잘 맞는 퍼즐처럼 완성도 높은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한국에서 즐겨보던 여행프로그램 "걸어서 세계속으로" 촬영팀이 이곳에 왔다면 간접조명으로 빛나는 고성과 라이브 팀을 훑어주다가 바다 건너 터키에서 보내오는 빛에 머물러 "국경의 밤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는 멘트를 칠 것만같았다.


늦잠 자고 일어난 토요일 아침의 소소한 재미였던 '걸어서 세계속으로'.

그 프로그램의 프로듀서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이게 바로 내가 꿈꾸던 여행이었어 라며. 








그리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숨은 보물 같은 선물을 받았다.

양떼가 연주하는 방울 소리가 그것이었다. 규칙적인가 하면 그렇지 않은데 제각각 내는 소리가 어떻게 그리 조화로울 수 있을지 믿겨지지 않았다. 시냇물 흐르는 소리 같기도 하고. 


별은 쏟아지고 바람은 시원하고 양떼들은 방울연주-실제로는 풀뜯기-에 여념이 없는 밤이었다.



#간략 정보

북쪽 해안에 있는 몰리보스는 그리스 시대 이전부터 있었던 지명으로 이 이름을 본뜬 예술가 거주마을(이전에는 몰리보스)이 있으며 지금은 미틸레네 다음으로 큰 도시이다. - 다음 백과사전 

'미심나'라는 지명은 고대 이 곳을 지배했던 정복자 'Macareus'의 다섯 딸들 중의 한명의 이름이었다. 그 시기가 역사적으로는 청동기 말기 즈음이었고 기원전 8세기 이후부터 더욱 활발하게 발전했다고 한다. 가이드북에 따르면. 그리고 레스보스 섬에서 가장 관광지 다운 곳. 


1. 가이드북 추천 "a girl's guide to Lesbos"  (€16, 현지구매 가능)

현지에서 구매한 작은 가이드북이 나름 유용했다. 레스보스 섬의 메인 도시라 할 수 있는 미틸리니에서 나고 자라 누구보다 레스보스를 잘 알고 사랑하는 한 중년 여성이 2년을 공들여 완성한 책이라고 한다. 에레소스마을에서 그녀를 직접 만나 들은 이야기였다. 영어로 되어있긴 하나 사진만으로도 많은 것을 설명하고 있다. 단, 레즈비언에 대한 반감이 큰 사람들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그녀의 가이드북은 주로 레즈비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녀 역시 레즈비언인데다 레스보스섬 여행이 레즈비언들에게는 마치 성지순례와 같으므로 나름 의미는 있겠으나 다소 거북살스러울 수도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직접 촬영한 사진과 역사, 관광지 설명들은 레스보스 섬에 대한 그녀의 애정이 살뜰하게 묻어나 있다. 


2. 숙소 추천 : 몰리보스 항구 근처 (€30, 더블룸 1박) 

항구 근처 숙소의 최대 장점은 밤이고 낮이고 감상할 수 있는 탁 트인 전망이었다. 그리고 두 번쨰로는 접근성. 근처에 레스토랑, 카페, 바, 여행사, ATM, 고성, 플라티아 등이 고루 자리하고 있어 가볍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둘러볼 수 있다.


3. 레스토랑 추천 (€50, 2인기준 메인 2+샐러드+로컬 와인)

분위기를 중요시 한다면 몰리보스 산 중턱에 자리한 레스토랑을 권하고 싶다. 숲속에 앉아 수많은 점점이 불빛들이 모여 반짝이는 항구와 고성을 바라보며 식사를 하는 느낌이 꽤나 로맨틱 하다. 단, 다소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고기 요리는 주문하지 않기를 권한다. 미리 대량으로 만들어 놓아 신선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4. 카페 추천

고성 아래에는 마치 우리나라 달동네처럼 많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그 골목골목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기념품 상점들이 자리하고 있다. 오후 5시 즈음 어슬렁 어슬렁 둘러보다가 상점들 끝자락에 위치한 카페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아이스 커피와 달달한 그리스 전통 간식들을 맛보면서 노을을 감상하면 천국이 따로 없구나 싶은 기분이 든다. 특별히 어느 카페를 딱 찍어 이름 주소, 전화번호를 남기기 보다는 그렇게 걷다가 마음에 드는 곳에 이끌려 자리잡기를 권하고 싶다. 


5. 몰리보스 온천 (€5/1인, 오후 5시 반까지 운영)

몰리보스는 자연 온천으로도 유명하다. 6명 쯤 들어갈 수 있는 아주 작은 규모이긴 하지만 땀을 내고 바로 옆 해변에서 바닷물로 뛰어들어가 땀을 식히고 다시 땀을 내고 네 번쯤 반복하면 몸이 마치 담금질 한 것 처럼 노곤노곤 한 듯하면서도 건강해진 느낌이 들 것이다. 

Eftalou hot spring

Molivos TK-81108, Lesvos Island, Greece 

+30 2253 071670 

www.eftalouhotel.com



몰리보스를 떠나던 날, 이른 아침의 풍경. 아스라히 안개가 낀 모습이 신비감마져 안겨준다.




말갛게 씻은 얼굴을 내민 새 하루의 태양. 그 빛이 다다른 몰리보스 항구의 아침.





Posted by coooolj

댓글을 달아 주세요

객지에 나갔던 일가친척들과 관광객 등 여름이면 마을로 모여드는 사람들과 현지 주민이 어우러지는 자리


사진 왼 쪽 가설 무대 위에서 그리스 전통 악기로 연주하는 밴드가 있고 한 가운데는 마을 사람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어울려 춤과 음악을 즐기고 있다. 식탁위에는 술과 고기가 푸짐하다. 그 밤의 조명과 음악,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푸짐하게 먹고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고. 이런모습은 참 한국과 많이 닮았다.


그리스 전통악기로 라이브 밴드가 연주하는 음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기쁨과 슬픔. 기쁜 노래에는 너나 할 것 없이 나가 강강술래하듯이 손을 맞잡고 원을그리며 춤을 췄다. 슬픈 노래에는 슬픔에 취한 것인지 술에 취한 것인지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을 넘어질듯 쓰러질듯 표현하고 있었다. 주로 남자들이 추는 춤이라고 했다. 한 남자가 슬픔의 춤을 추면 그 가족이나 친구들이 그를 동그랗게 둘러싸고 앉아 가락에 맞춰 박수를 쳤다. 

혹은 접시나 술병을 던져 깨뜨리기도 했다.

 


이 날은 특히 이 마을에서 꽤나 성공했다는 부자가 춤을 추는 와중에 샴페인 여섯 박스를 속시원히 산산조각 내 버렸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한 두병 깨는 것 정도는 전통이니 그렇다 치는데 샴페인 여섯 박스는 너무 과했다고. 과시가 심하다 못해 멍청해보이기까지 했다는 비난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왜 누군가 춤을 추는데 술병을 깨고 둘러 앉아 박수를 치는가. 그 이유는 응원의 표시이자 경애의 표시 혹은 자랑스러움, 대견함의 표현이라고 했다. 주로 가족의 어른, 춤추는 자의 애인이나 아내가 접시나 술병을 깬다.


엉겁결에 나도 춤판에 어울렸다. 안그래도 이 마을에 온 유일한 동양인이라 어딜가나 시선이 모이는게 느껴졌는데 이 날은 더 했다. 동양인이 추는 그리스 전통춤이 심심지 않은 얘기거리가 된 듯 했다.


아장아장 걷는 어린아이부터 호호 백발의 할머니까지...

온 세대가 어우러져 즐기는 축제의 한 가운데에서 나는 생각했다.


람으로 태어나 살고 또 하나의 생명을 남기고 

나는 선택이라고 생각해오던 일이 갑작스럽게 숙명처럼 다가온다.

그리고 왜 인지 모를 두려움이 앞선다.


중학교 때 안도현의 소설 "연어" 를 읽고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할거라며 '기자'가 되는 꿈을 향해 달렸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소설은 유별난 은빛연어의 인생 항해의 종착이 결국은 생명의 잉태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것인가 싶다. 


그 결말이 한 편으로는 좀 시시하고 뻔하게 느껴졌었는데 과연 나의 항해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연어

저자
안도현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2-04-1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맑고 깨끗한 세계를 바라보는 시인의 투명하고 섬세한 감수성이 아...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Posted by coooolj

댓글을 달아 주세요



무국적 요리

저자
루시드 폴 지음
출판사
나무나무 | 2013-01-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자유로운 상상력과 스타일로 무장한 루시드 폴의 소설들!음악인이자...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그리스인 조르바를 마치고 읽기 시작한 무국적 요리. 김동률의 페이스북 추천사에 홀딱 반해 아이 위시("I WISH") 페이스북에 외쳐댔더니 친구가 선물로 보내줬다. 


사무실에 앉아있을 때는 그렇게 점심식사 후 졸음이 쏟아지더니, 정작 남들 다 자는 에게해의 시에스타에는 왠지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고 나 자신이 게으르게 여겨져 그 때 마다 책을 읽었다. 



해질 무렵의 에레소스 항구와 작은 무인도. 초승달이 거짓말처럼 노을과 함께 있다.



8가지 단편소설로 엮인 '무국적 요리'를 읽는 동안 '캐비닛(이언수)'이란 소설을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상당히 치밀하게 짜여진 '구라'에 홀리는 것 같은. 그런데 아무리 단편이라지만 기승전결이 거의 없거나 희미한데다 반전이 너무 황당해서 간혹 화가날 정도였다. 어쩌면 이 소설은 마지막 장의 평론을 읽기 위해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대체 평론가는 이 소설을 읽고 뭐라고 말했을까 싶은. 



Parasol Cocktail Bar. 에레소스에서 가장 유명한. 독특한 조명으로 장식되어있고 음악은 라틴 아메리카 풍. 역시 대세는 라틴 아메리카인가봉가



평론도 그다지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상당부분이 인용문이고 '파국'이니 '스위스 개그'니 억지스런 묶음도 거북스럽고. 그저 내가 읽으면서 깨닫지 못했던 루시드폴의 국어실력이 말장난에 그치지 않고 참신함과 섬세함으로 무장되어 있어 재조명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 정도. 



Posted by coooolj

댓글을 달아 주세요



마진 콜 : 24시간, 조작된 진실 (2013)

Margin Call 
8
감독
J.C. 챈더
출연
케빈 스페이시, 데미 무어, 사이먼 베이커, 스탠리 투치, 제레미 아이언스
정보
스릴러, 드라마 | 미국 | 107 분 | 2013-01-03
다운로드 글쓴이 평점  


피에스타를 포함해서 아침 늦잠까지 하루에 이렇게 많은 시간을 잠에 할애한 적이 있었나 싶다. 그만큼 꿈도 많이 꾼다. 특별히 미련이 남는 것도 아닌데 서울에서 회사다니던 때가 자주 꿈에 나온다. 주로 고군분투, 한 번은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상사가 나와 거의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꺴다. 눈 떠보면 나는 에게 해의 레스보스 섬. 평화롭디 평화롭다. 꿈이 현실같고 현실이 더 꿈 같은 상황. 


회사란 정말 냉정하구나 싶었던 장면



위기를 기회로. 중간관리자로서의 최고의 리더십이었다.


마진 콜은 지금으로선 꿈에서나 나오는 예전 나의 현실을 생각나게 하는 영화였다. 한 때는 증권가 리포트를 분석하고 주식시장을 공부하면서 애널리스트를 꿈 꿔 보기도 했었는데. 또 한 때는 광고주 회사 CEO가 해외 출장가기 전에 소재 컨펌 받는다고 밤을 새기도 했었고. 


영화속 상황에서 위기는 기회였고, 기회는 평등하지 않았다. 어제 나를 해고한 상사가 오늘 해고되기도 하고. 

세일즈가 사기인가 사람들의 분에 넘치는 욕망이 덫인가 생각해보기도 하고.  

회사 또는 개인의 이익이 공공의 이익에 위배되기도 하고.

최고 책임자는 책임이 없다. 누구에게 책임을 돌릴지 궁리한다. 

안타깝게도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인물


한편, 영화가 끝나갈 즈음, 위기 관리 부장이었던 '에릭 데일' 이 자신은 한 떄 교량 건설 엔지니어 였고 자신이 건설한 다리가 두 도시간을 왕래하는 사람들의 시간을 얼마나 절약해주었는지 숫자를 읊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까지 모호하다. 



Posted by coooolj

댓글을 달아 주세요


퍼스를 떠난지 벌써 3주가 다 되어간다. 그간 로마 제국 시절 귀족처럼 먹고 마시고 자고 간간히 읽고 쓰고 지극히 단조로운 생활을 했다. 그러다 보니 하루 해가 참 길게 느껴졌다. 그런데 지나고 돌아보니 역시 시간은 또 제 갈길을 제 속도로 가고 있는듯 하다. 


그리스의 아이들 1. 에레소스에서 만난 아이폰 프렌들리 공주님



그리스의 아이들 2. 스위스에서 파로스섬으로 휴가온 안나. 방긋방긋 잘 웃어 날개없는 천사가 따로 없다.



그리스의 아이들 3. 아테네에서 만난 안나. 여자아이답게 옷, 화장품, 신발에 벌써 관심이 많다.



수 많은 사람을 소개받았고 만나고 또 만나고 있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인사말 이외의 대화가 이어지기 어렵고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만 있자니 나도 모르게 얼굴에 쓰이나 보다. '나 지루해' 라고. 또 한편으로는 이 시간에 뭔가 의미있는 일, 기억에 남을만한 일을 하면 더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하고. 



그리스의 아이들 4. 안나의 사촌동생. 아 너무 훈훈해. 이대로 커다오. 또 만나자.



그래서 그리스어를 공부해보기로 했다. 한 달여 남짓 되는 시간동안 늘어봐야 얼마나 더 될 것인가 괜히 영어랑 혼란만 가중시키는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먼산 바라보기도 이제 할 만큼 했구나 싶다. 로제타스톤 어플이 꽤 괜찮은데 $300 이상 하는 가격이랑 인터넷 연결이 필요한 것이 좀 아쉬운 점이다. 우선은 무료체험 모드로 해 보고 그리스 문자도 써보려고 한다. 


그리스의 아이들 5. 에레소스 해변에서 가장 유명한 파라솔바 사장님의 딸래미들. 표정만큼이나 성격이 무척 도도하다.


그리스 사람들은 인사성도 밝고 말도 많아서 한 번 길에서 붙잡히면 도로가 마비되도록 대화를 나눈다. 목소리도 크고 말도 엄청 빠르고. 몇 문장 정도는 숨이 턱에 찰 때까지 한 번에 말하는 것 같다. 그런 수 많은 대화를 의미없이 흘려듣고 있자니 쉬 지루해지고 귀는 피곤해지기 일쑤다. 간혹 많이 쓰는 말들 "리뽄(영어로 'So', 우리말로 '그래서')"같이 명확하게 정말 여러 사람이 반복해서 쓰는 단어를 하나씩 골라 무슨뜻이냐고 물어보기도 해본다.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에 말해본다. 그러면 다들 깜짝 놀라며 좋아한다. '꾸끌리자(인형)'이 말을 한다며 신기하게 쳐다본다. 그런맛에 새로운 언어를 익히고 있다. 


그리스의 아이들 6. 이제 세상에 빛을 본 지 1년 째. 투명한 눈망울과 터질듯한 두 볼이 너무 사랑스러웠던 아기.


오랜만에 퍼스에 있는 친구에게 소식을 전하니 그리스가 퍼스보다 더 좋냐고 물었다. No way! 그리스는 휴양지. 무엇보다도 언어 때문에 오래 머물기에는 좀 버거운 듯 하다. 진즉 그리스어를 배우기 시작했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정말 늦은거라고 요즘은 냉정하게들 말하지만 시간은 많고 원어민들은 지천이니 무엇이 방해가 되랴.

 

그리스의 아이들 7. 붙임성 최고. 상남자. 에레소스 마을에서 만난 어린이.


언어 외에 다른 어려움이 있다면, 애연가들에 둘러쌓여 있는 것. 남녀노소 때와 장소에 구분 없이. 그리스인은 담배를 정말 많이 피운다. 심지어 임산부도, 어린아이들이 잔뜩 보여있는 공공장소에서도. 간혹 폐병 환자처럼 끝없이 기침을 하고 불쾌한 기분이 튀어나온다. 그에 비하면 버스정류장까지 금연구역으로 만든 한국의 제도가 나한테는 딱이다. 아직 길거리 흡연가들이 종종 거슬리긴 하나 그리스에 비하면야... 


그리스의 아이들 8. 에레소스 마을 중심가 플라티아 그늘 아래 카페에서 노트북을 쓰고 있으면 신기하다는 듯이 이렇게 나랑 마주앉아 쳐다보는 아이들이 종종 있었다. 낯가림도 없고 그저 호기심에 이끌린 순수한 영혼의 눈빛.



Posted by coooolj

댓글을 달아 주세요


해질 무렵, 메소토포스(Mesotops)라는 근처 마을에 마실을 갔다. 이 섬 대부분의 마을이 비탈길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양으로 형성되어 있는데 이 마을 역시 그런 구조였다. 


에레소스에서 메소토포스로 넘어가는 길에서 바라본 노을과 능선


그런데 마을 번화가로 들어서는 길에 작은 원형극장이 있고 어디서 이 사람들이 다 나왔을까 싶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계단형으로 된 객석을 메우고 있었다. 입구 한편에서 전통의상을 입은 소녀들이 뭔가 준비하고 있길래 잘됐구나 싶어 나도 자리를 잡았다. 


한참을 축사며 공연 취지며 내용 등 설명이 이어졌다. 안 그래도 말 많은 그리스 사람들, 무슨뜻인지 알아도 지루할 축사 형식의 연설이 장황하게 길어졌다. 


그리고 연령대별로 구성된 그룹의 전통 춤 공연이 펼쳐졌다. 초등학교 저학년 내지는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틀리거나 말거나 웃으면서 신이나서 춤을 보여주는데 눈물이 울컥 할 정도로 사랑스러워 보였다. 부모들은 얼마나 그 아이들이 예뻐보이겠나 하면서. 간단한 동작들이라 나도 따라하면서 흥을 돋았다. 


춤 공연 사이사이에는 시낭송, 연극 등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폭소를 터뜨리는 공연들이 진행됐다. 요약된 통역에 의하면 지극히 전통적인 오래된 것들부터 가장 최근에 이 마을에 벌어진 일들이 한 무대 위에서 하나씩 펼쳐졌다. 예를들면 해변가에 새로 생긴 나이트 클럽의 러시아 무용수들에 마을 남자들이 홀린 것이며, 아테네로 진출해서 최신 패션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치장 하고 마을에 돌아와 자랑하는 친구의 속물스런 모습을 풍자하는 이야기며, 남녀노소 공감하기 쉬운 소재였다고 한다. 


한껏 나름대로 치장을 하고 원형극장을 가득 메운 메소토포스 마을 사람들과 전통춤을 선보이는 사춘기의 소년, 소녀들.



다음으로 중고등학생 쯤 되어 보이는 남녀가 커플댄스를 보여줄 때는 긴장감 마저 느껴졌다. 서로 눈 마주치고 웃으면서 여유롭게 즐겨주면 더 좋으련만 소문이라도 날세라, 스텝이라도 꼬일세라 조심조심하는 모습이 순수해 보이기도 했다. 




한편, 배워서 춘다기 보다 몸에 익숙하디 익숙한 것으로 보이는 어머니 연령대의 춤이 보기에는 가장 좋았다. 사뿐사뿐 한 발 한 발 옮기는 춤사위가 음악을 느긋하게 타고 있구나 싶었다. 




그리스 사람들이 그리스 음악에 맞춰 추는 춤이긴 하나 복장과 춤은 터키의 것이라고 했다. 실상 터키가 그리스 본토보다 더 가까운 레스보스 섬의 지리적 특성상 터키 문화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리스 전통의 순수성을 따지기에 앞서 지역이 가진 특색을 전 세대가 공유하는 방식에 감명받았다. 



터키식 전통 복장을 한 그리스 소년, 소녀들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유럽 | 그리스
도움말 Daum 지도
Posted by coooolj

댓글을 달아 주세요


호주에서 이미 모기 때문에 곤욕을 치룬 경험이 있었는데 그걸 그새 까먹고 약 챙겨 오는 것을 깜빡했다.


레스보스 섬에 도착해서 한 주 정도는 창문을 열고 잠을 자도 모기가 그리 성가시다고 느끼지 않았다. 그러다 한 번은 더위 때문에 잠이 안 와서 커튼마저 제껴두고 잠을 청했다. 다음 날 해변에서 수영하고 돌아왔을 때부터 100군데는 훌쩍 넘을 것 같은 모기물린 자리들이 부어오르며 가려워 견딜 수 없는 정도가 되었다. 호주에서 가져온 연고도, 수퍼마켓에서 산 암모니아수도 소용이 없었다. 더 물리지 않기 위해서는 온몸을 커버하고 잘 수 밖에 없는데 가려움은 땀이 나거나 더우면 더 심했다. 겨우 잠이 들었고 다음날 병원까지 갔다. 


다른 사람보다 모기에 피부가 민감하게 반응한 탓이고 알러지 반응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처방받은 약을 먹고 연고를 바르자 겨우 살 것 같았다. 문제는 모기는 계속 물리고 물린 자리는 계속 가렵다는 것. 게다가 의사는 바닷물에 들어가면 붓기가 더할 것이며 햇볓도 피해야 한다고 했다. 


한낮에도 차디찬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그래도 한동안은 좀 살 것 같은데 그것 마저 할 수 없는 상황. 물리지 않는게, 긁지 않는 것이 상책이어서 되도록 긴소매의 옷을 입고 있는다. 아 이것만 아니면...


모기와의 싸움에서 나는 초기대응을 잘 못 한 것이다. 긁어서 부어오르기 전에 약을 챙겨 먹었더라면 이렇게 환자처럼 온 몸이 울긋불긋하지는 않을텐데. 그런데 그리스 모기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게 소리없이 강해. 소리가 들리면 잡기라도 할텐데. 물론 안 잡히면 밤잠 설치는건 마찬가지 이지만. 그나마 소리없는 걸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아뭏든 생각없이 온몸을 모기밥으로 고스란히 진사한 탓에 주변에 온갓 사람들이 볼 때 마다 걱정이고 시도 때도 없이 가려워 죽겠고 선텐은 커녕 모기물린 자욱이 잔뜩 남을까봐 걱정이다. 모기에 대해 쓰고 있으니 더 가려운 것 같기도 하고. 


[간략 정보] 모기 대처법

1. 모기 Before, After 연고, 먹는 약, 스프레이 등을 준비한다. 

   현지에서 판매하는 연고나 모기 방지 스프레이 등의 효과가 생각보다 잘 듣지 않을 수 있다.

2. 손톱을 깍고 손을 깨끗이 씻고 잠든다.

   긁지 않는게 최선이지만 잠자면서 본능적으로 긁는 것 까지야 참기가 어려우므로.

3. 바디클렌저나 비누를 사용하지 않고 물로만 샤워한다. 

   상처부위가 더 덧날 수 있으므로

4. 가급적 바다수영은 피하고 수영후에는 바로 샤워를 해서 소금기를 닦아낸다.

   상처부위가 더 덧날 수 있으므로

5. 긴 팔, 긴 옷을 입는다.
   뜨거운 햇볓이 가려움증을 가중시킬 수 있고 밤에는 옷으로 모기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6. 알콜 섭취도 삼가한다.
   이게 다 모기 때문이다.




혹시 침대벌레(베드벅)은 아닐까 싶어 숙소의 메트리스와 침대 커버, 소파 커버까지 다 마당에 넣어놓고 햇볕에 소독하는 난리부르스를 벌이기도 했다. 

두 번째 의사와의 면담에서 역시나 모기에 물린 것이 확실하다는 검증을 받고서 항생제까지 복용하며 위에 나열한 대처법들을 철저히 지켰다. 그러다 보니 아무 것도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상황이 빠르게 나아지지 않자 가족들이 음식도 가려 먹기를 권해 그야말로 휴가지에서 최대한의 인내심을 발휘해야 했다.

8주동안 2개의 Moskito Repellant와 Fucicort Liquid라는 30g 짜리 연고를 4개나 썼다.




한 번도 여행중에 아팠던 적이 없었는데, '개인상비약'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기회였다. 



Posted by coooolj

댓글을 달아 주세요

뜨거운 햇볓이 슬슬 자취를 감추는 늦은 오후 즈음, 옆집 스티브가 손수 가꾼 농장으로 산책을 갔다. 며칠 전 새로 샀다는 암양들 젖을 짜서 우유를 얻을 요량으로. 너비를 정확히 가늠할 수 없지만 약 2,000평 정도로 넉넉해 보이는 약간 경사진 마른 땅에 격자모양으로 줄지어 올리브 나무가 심어져 있고 그 사이를 검은 암양들과 하얀 숫양들이 색깔별로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며 풀을 뜯고 있었다. 


검은팀 한 무리



하얀팀 한 무리


그리고 양 우리 바깥쪽에도 살아 숨쉬는 보물들이. 아몬드, 포도, 토마토, 피망, 가지, 무화과... 다른 것 보다도 아몬드와 무스카토 포도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제 막 나무에서 익어 열매가 벌어지고 있었다. 양의 배설물과 흙, 마른 풀들 사이를 헤아려 어른 손가락 한 마디 만한 아몬드를 주웠다. 단단한 껍질을 돌로 깨면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과 비슷한 향이 입안에 가득 퍼지는 아몬드를 오독오독 씹어먹을 수 있다. 베스킨라빈스에서 파는 에메랄드색 아이스크림, 정말 그 맛이 똑같이 난다. 아몬드가 나무에서 나는 줄도 모를 정도로 무지했던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똥이 더럽냐 그래서 못먹겠냐 하면 그것도 적응하고 보니 뭐가 더럽고 깨끗한지 경계도 참 무의미해진다. 


신선 그 자체. 아몬드 나무


또다른 신선한 충격, 무스카토 포도. 회사원이 되고 내가 사회생활을 하고 있구나 처음 느꼈을 때가 광고매체사 직원들로부터 와인을 대접받았을 때였다. 그렇게 시작한 와인. 그중에 홀딱 반해 내 돈 주고 기꺼이 사다 마셨던 달달한 와인 중에 하나 무스카토 다스티. 주로 이탈리아 산이 많고 저렴한 스파클링 와인이었다. 그 와인의 원료가 되는 무스카토 포도를 직접 나무에서 따먹으니 이것 또한 신기한 체험이 아닐 수 없었다. 껍질이 터지면서 입안에 퍼지는 향이 알콜과 탄산 없는 무스카토 와인이었다. 더구나 막 밭에서 땄으니 그 향이 어찌나 신선하고 풍부한지. 


안정적인 미래를 꿈꾸며 도시에 살았지만 당장 오늘의 도시는 팍팍하고 냉정했다. 무엇이든 돈을 지불해야 얻을 수 있었다. 그 돈을 벌기위해 인파로 부대끼는 대중교통 안에서 깐깐한 직장에서 고군분투해야 했다. 그래서 주말이면 늘어질대로 늘어지고 싶은 마음을 추스려 시골 엄마집에 갔다. 


한여름 이맘 때면 엄마는 집앞 텃밭에서 열심히 가꾼 상추며 가지 오이 풋고추를 자랑스럽게 한 상 차려 주먹만한 채소 쌈을 싸주시곤 했다. 그럼 나는 너무 크다고 손사레를 치면서도 결국에는 터질듯이 입속에 넣고 한참을 우물우물 거리며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시골 인심 좋다는 말을 하고 아주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대지를 어머니라고 불렀나 싶다. 그렇게 시골은 풍요롭고 가꾸었든 무심했든 자연이 주는 것을 받아 푸짐하게 배불릴 수 있는 곳이었다. 한국과 그리스가 많이 닮은 점중에 하나가 시골의 그런 넉넉한 인심과 한여름의 자연이 선사하는 신선함인 듯 하다. 마치 어머니 자연이 준 것이기에 한 형제같은 사람들이 꼭 나눠 먹어야 한다는 듯이. 


한편 자연이 한없이 너그럽기만 한가 싶다가도 때로는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 


[간략 정보]


모스카토 다스티

(이탈리아어: Moscato d'Asti)는 이탈리아 피에몬테 주 아스티 지방에서 생산되는 포도주이다. 인근의 쿠네오 알레산드리아에서도 생산된다. 모스카토 다스티는 상당히 맛이 달고 알코올 함량이 낮아 후식용으로 많이 마신다. 청포도 품종인 머스캣(모스카토는 이탈리아어로 머스캣을 뜻함)으로 만든다. 아스티 스푸만테도 아스티에서 같은 종류의 포도로 만들지만, 모스카토다스티보다 거품이 많이 난다. 

- 위키백과


머스캣 

아주 다양한 기후에서 여러 가지 와인을 생산한다. 따뜻한 지역에서는 스위트 와인을, 추운 지역에서는 드라이 와인을, 이탈리아에서는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어 내고 있다. 기본적으로 낮은 산도와 풍부한 플레이버를 가지고 있으며, 독특한 꽃향기를 지니고 있다. 여러 변종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들은 다음과 같다. Muscat Blanc a Petits Grains, Muscat Canelli, Brown Muscat, Moscato Bianca, Liqueur Muscat이다.

-두산백과


Posted by coooolj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