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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키워드 2008.06.19 00:06


광고주가 가해대는 텍스트 폭격
깜빡이는 메신저 창
멈춰버린 노트북

나는 그냥 그 위에 엎어져서 울어버렸다. (덕분에 멀티태스킹이 뛰어난 새 데스크탑 컴퓨터를 쓰게 됐다)
울더라도 남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는 말아야 한다는 나름의 룰을 깨버렸던 순간.

2년 전이었지만 생각해보면 나는 무척 어렸다.
그리고 내가 받은 데미지는 테러에 가까운 것이었다.
잘 하면 당연한 것이고 못하면 다 내탓
갑을관계란 그렇게 서러운 것임을 깨달았던 나의 첫 사회 생활.

그땐 무척 억울했다.
억울하고 분해서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전화기 너머의 여자는 부산사투리로 속사포 쏘아대듯 쏘아댔고
나는 '빼다(Background Color)'라는 업계 용어를 몰라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았다.

내 탓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나를 나무라는 사람들을 견디기 힘들었다.
그 전까지 내가 겪었던 가장 어려운 일은 매주 밤 새가며 신문을 만드는 일이었고
그걸 2년 반이나 견뎌냈기에 못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
2년반 신문사 생활에는 정말 쨉도 안 되게 험난한 여정들이 기다리고 있을 줄 몰랐던 것이지

꿈쩍 않고 노트북 위에 엎어져 울고 있는 나에게 양선생님은
"뭐가 문제냐, 내가 다 해결하겠다, 맛있는 점심 먹으러가자"
는 말을 건냈고

어린 나는 단호하고 무례하게도
"먹고 (화)풀고 이런건 동물 같아서 그만할래요"
라고 말해버렸다.
점심 대신 산책을 택했다.

학동역 근처에 있던 사무실에서 40분을 걸어 도착한 도산공원.
오렌지 쥬스를 한병 들고 벤치에 앉아 있으니 해일같이 일었났던 마음이 평온해졌다.

그 때 부터 산책은 좋은 자위 자기위로 수단이 되었다.
용인 집 항상 가까이에 있었던 숲이 그리운 나이가 된 것일까.

요즘도 매일 아침 선릉역에 내려 일부러 20분씩 선릉공원을 따라 걷는다.
바로 한 블럭 밖 테헤란로에는 자동차 매연, 경적과 담배연기, 잰걸음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즐비한데
공원 펜스(fence)를 따라 난 길을 걷고 있으면 무척 여유로워진다. (그러다 가끔 지각을 하기도;;;)

산책이 주는 선물은 의외로 크다.
신선한 공기, 눈의 휴식, 여유, 사유, 자기반성...
시간이 얼마가 됐건, 언제 어디서건.
출근길도 산책길이라고 생각하면 의외로(?) 즐겁다.

Try it once, and you can agree with me.

Just Coooolj

Posted by cooool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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