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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산토리니에서 끙끙앓다가 꼭두새벽에 어쩔 수 없이 눈이 떠져 내가 한 일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배편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산토리니에서 파로스섬으로 가는 배는 어느 정도 자리가 남아 있는데 그 다음이 문제였다. 어차피 휴가의 피크 타임은 지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 파로스에서 아테네 피라유스 항구로 가는 배편이 그 다음 주 화요일에나 자리가 나는 상황이었다. 꼼짝없이 5일을 파로스에 묶여있어야 하는 상황. 

내가 알아 본 배편은 '블루스타 페리'라는 회사였는데 그 외에도 넬라인 이나 헬레넥 시웨이 같은 다른 회사들도 있으니 크게 걱정할 것 없다는 게 일행의 의견이었다. 아무래도 나는 불안불안한데 그는 이런 일에 참 무사태평이다. 아님 말고 라는 식. 꼭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그런 집착이 없다. 본인은 스트레스가 없겠지만 항상 꼼꼼하게 계획해야 하고 종종거리며 다녔던 나의 습성으로는 영 불안하기만 했던. 


28일 저녁에 이아마을에서 근사한 저녁식사에 와인까지 마시고 어슬렁 어슬렁 산책하다가 그냥 보인 여행사에 들어가 파로스행 배편을 예약하고 그렇게 별 문제 없다는 듯이 순순히 파로스로 옮겨갔다. 


문제는 파로스에서. 배에서 내리자 마자 여행사 사무실에 들어가 아테네행 배편을 물으니 그 어떤 회사의 배도 화요일까지는 자리가 없다고 했다. 때는 8월 29일, 월말이고 주말이었다. 그리스의 모든 섬이 인구 대이동을 하고 있었다. 이 때를 기점으로 섬 인구가 2/3 정도는 줄어든다고. 


쓸데없는 짓 같았는데 일행은 계속 그 옆 여행사 사무실, 또 그 옆 여행사 사무실에 들러 누군가 취소한 티켓이 있는지 묻고 다녔다. 나는 거의 포기상태, 5일을 파로스에 묶게 된다면 바로 옆 안티파로스, 낙소스도 둘러보고 그럼되지 않나 생각하는 중이었다. 


분명 내 스타일대로 할 수 있었다면 그 전 산토리니에서 파로스발 아테네행 티켓이나 파로스발 사모스행 티켓을 예약했을 것이다. 늦게가도 돌아가도 확실한게 좋으니까. 


그런데 그가 운이 좋은 것인지 토요일 저녁 아테네행 취소 티켓을 딱 구한 것이다. 그길로 마음의 안정을 찾고 퍼스에서도 줄곧 가깝게 지내던 친구 존의 고향 마을로 달려갔다. 


파로스섬은 해변가가 주로 급격한 경사의 산들이 많고 섬 중심부는 완만한 평지의 지형이었다. 존의 여름 별장은 그 중에서도 완만한 경사에 해변을 바라보는 언덕에 위치해있었다. 그 탁 트인 경관을 감상하기 좋게 발코니도 널찍하니 잘 지어졌다. 딱 보기에도 여행잡지의 한 장면. 


꿈꾸던 삶의 여유로움.




멋낸듯 멋 내지 않은 듯




Breath-taking picture




때 마침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손녀딸도 머물고 있어서 고 깜찍한 모습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그렇게 점잖은 아이도 처음인 것 같았다. 11개월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방긋방긋 잘 웃고 보채기 시작했을 때 쉽게 달래지기도 하고. 그런 아이라면 다섯이라도 키우지 싶을정도. 


존 내외와 딸, 손녀 다 같이 저녁식사를 나섰다. 퍼스에서 가깝게 지냈던 또 다른 그리스인 친구가 경영하는 레스토랑으로. 파로스 섬에는 안면있는 사람들이 여럿 있어서 또 하나의 홈그라운드나 마찬가지였다. 


나중에 레스보스에 돌아와서 혹시 그 와인을 다시 맛 볼 수 있을까, 사람들이 맛 보고 괜찮으면 수입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나름 아이디어다 싶어 얘기를 꺼냈다가 일행의 핀잔, 괜히 여러사람 귀찮게 할 수 있다는 얘기에 또 서운해지기도. 


멜랑콜리한 기분과 테러블한 건강 상태는 그렇다 치고 파로스 섬은 겨우 24시간 머물기에는 너무 아쉬운 곳이었다. 명품 브랜드부터 글로벌 프랜차이즈, 그리스 전통의 솜씨로 빚어낸 수공예품까지 다 있는 미코노스가 서울의 명동 같은 느낌이라면 파로스는 수수하고 빈티지느낌의 그렇지만 감각적인 상수동 즈음이 될 것 같다. 그래서 걷고 또 걸어 그 분위기를 흠뻑 느끼고 보물찾기처럼 발견하는 재미를 누렸어야 할 것 같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마친 뒤 그 주인과 함께 타운 구경을 나섰다. 그 시각이 이미 거의 밤 11시. 무리이다 싶기도 했지만 파로스는 그게 마지막 밤이라고 생각하니 욕심이 났다. 베네치아인들인가 터키인들인가 침입자들이 아테네 여신상을 마구잡이로 해체해 성을 지었고 나중에 그리스인들이 다시 파로스를 차지했을 때 그 성 주변을 교회로 둘러쌓았다는 얘기를 보고 들으니 이곳도 다른 그리스의 섬들처럼 부침이 많은 역사를 지녔구나 싶었다. 그리고 발길이 닿은 해변의 작은 바. 해변에 위치한 바, 카페 레스토랑들은 보통 야외 자리가 인기이기 때문에 내부 장식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는데 이날 들른 바는 예외였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온 사람이 디자인 했다는데 이 역시 또 상수동 느낌. 좁은 공간을 멋스럽고 영리하게 꾸며놓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파로스 섬에 부는 뉴요커 바람. 미국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이 꾸몄다는 바 내부





오스만 투르크 지배시절 아테네 여신상을 분해해 세웠다는 성벽. 그리고 그들의 지배가 물러간 후 복수심에 성벽을 둘러싸 교회를 지었다는 그리스인들.




파로스 항구 근처의 번화가, 그 중에도 플라타너스가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한가운데 위치한 레스토랑. 음식은 퓨전이라 오랜만에 전통 그리스식이 아닌 음식을 맛 보았고, 목소리가 잠길듯이 감기가 심해지는 상황에서도 참을 수 없었던 와인 테이스팅의 욕구. 결국 한 잔을 다 마신 것 같다. 모스카토와 소비뇽블랑을 잘 섞은듯한 그 맛이 익숙한듯 참신해서. 레스토랑 상표를 붙여 판매하기까지 하는 화이트와인이었는데 정작 레스토랑 주인은 품종을 모르고. 내딴에는 와인을, 그리고 레스토랑을 칭찬하고자 꺼낸 모스카토 이야기였는데 주인이 그것도 모르냐며 사람들이 놀리는 바람에 괜히 이야기를 꺼낸 내가 멋쩍어졌다. 


바로 저 색상. 그리스 블루라 이름짓고 싶은.













가족단위 여행에 알맞은 파로스섬의 어느 비치



파로스를 떠나기 직전 오후 시간을 보냈던 마가야 비치도 딱 그런 느낌이다. 작고 깨끗하고 조용하고. 아는 사람만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마가야 비치에서의 한적한 오후





역시 여행은 먹방





아프리카 혹은 남미의 정취를 풍기는 마가야 비치 레스토랑의 조형물들




# 간략 정보

Magaya Beach Restaurant

Paroikia, 84400 Páros 

+30 2284 023791

https://www.facebook.com/pages/magaya-beach-restaurant-paros/181461458916

이 지역에서 잡아올린 싱싱한 생선 요리와 생선 알을 숙성시킨 샐러드,

그리고 아시안 퓨전 등이 맛있다.

매니저와 서빙남들 역시 훈훈하고. 






Posted by cooool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