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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만리. 1

저자
조정래 지음
출판사
해냄출판사 | 2013-07-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지금, 당신은 미래와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네이버 3개월...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전자책으로 3권을 내리 읽어도 좋을만큼 정보성, 오락성을 두루 갖춘 정글만리. 그도 그럴것이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의 새로운 시도 아닌가. 그 필력과 취재력 그야말로 살아있는 글. 덕분에 이제사 태백산맥도 타고 있다.


아이패드 미니를 이용해 주로 배 안에서, 남들 자는 시에스타에 읽었는데 책갈피 기능 덕분에 기억하고 싶은 대목들을 편리하게 표시해둘 수 있어 좋았다. 주요 장면들을 중심으로 전체적인 감상, 공감, 이견, 정보, 폭소, 처세, 결문 이렇게 감상을 정리해봤다. 물론, 스포일 있다. 


<전체적인 감상>

적절한 시기-중국이 G2를 넘어 G1을 향해가는 시점-에 적절한 고객접점-인터넷 연재, 종이책/전자책 동시 출간-을 만난 간만에 괜찮은 콘텐츠 였다고 생각한다. 한 편 한 편의 길이가 직장인이 점심식사하고 잠깐 짬난 사이에 읽어볼만한 길이였고, 문장 또한 짧고 묘사도 여러편, 여러 인물을 통해 반복되는 식이라 이해하기 쉬웠다. 간혹 많은 정보를 드러내려는 인물 간의 대화 또는 지문이 주입식 계몽소설 같이 느껴져 거북해지려고 하면 말랑말랑한 젊은이들의 연애소설이었다가 또 때로는 유구한 중국 역사를 안내하는 기행문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3권짜리 시리즈물을 종이책도 아닌 전자책으로 후루룩 읽어버렸다는 점. 그것도 재미있어서 아껴보지 못하는게 아쉬울 정도로. 


<공감>

이미 2006년, 봉사단체를 통해 알게 된 어느 중소기업 사장님께서 지금 중국이 무섭게 변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오라며 후원해 주신 덕에 상하이를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2012년, 남동생, 어머니와 함께 베이징을 여행했고, 비행기 연착 때문에 어쩌다가 광저우에서 1박을 하는 바람에 또 우연찮게 중국 남부 최대 도시를 둘러보는 횡재를 했다. 백문이 불여일견 이라고 대학교 때 재수강까지 했던 '중국 대중문화의 이해'를 바탕으로 세 차례의 중국 여행 그리고 정글만리를 읽으니 많은 부분이 공감되고 다시 한 번 중국이라는 세계에 눈이 떠진 듯한 느낌이다.


또한 딱히 '중국'이라는 공간적 특성과 '현재'라는 시점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공감할 수 있었던 고사들도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과는 말을 섞지 않는 게 상책이었다. 보는 방향이 다른 사람들과 같은 길을 갈 수 없는 일이었다. "


"원래 정치집단은 그렇게 뻔뻔한 것 아니오. 그래서 쏘련 수상 흐루쇼프가 정치인들이란 강도 없는데 다리를 놓겠다고 하는 자들이다' 한 것 아니겠소"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한다는 진부해진 진리가 있지 않소"


"아무리 기운 센놈도 기술 좋은 놈 못 당하고, 아무리 기술 좋은 놈도 젊은 놈 못 당하고, 아무리 젊은 놈도 죽기 살기로 덤비는 놈 못 당한다. 비즈니스 정신이란 바로 그 죽기 살기로 덤비는 놈이오."


"대중은 거짓말을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다음에는 의심하지만, 계속 되풀이하면 결국에는 믿게 된다.' 이건 독일 나치스의 선전장관 괴벨스가 한 말이오."


"장성에 오르지 않으면 사내대장부가 아니다"-만리장성 앞 모택동의 시구

한 글자가 보통 사람 키만큼 큼직하게 새겨놓은 글자 앞에서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곤 하는데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폼을 잡는게 우수워서 포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알고보니 인민혁명을 한 모택동이 수많은 사람이 죽어간 장성에 대해 쓴 시구. 이에 대한 저자의 평가에 무척 공감한다. '이 장성에 올라 무수한 사람들의 신음과 통곡을 듣지 못하면 참된 대장부가 아니다.' 그 시가 이렇게 쓰였다면 모택동이 보다 훌륭한 리더로 느껴졌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가 정말 중국인들이 흠모하는 신은 아니니까. 그도 인간이니까. 


<이견>

"문화 수준이 저급한 것들은 왈가왈부, 티격태격해 가며 흥정이라는 줄다리기를 하는게 무슨 놀이인 양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 이것이 중국의 흥정 문화를 바라보는 일본인의 시각으로 묘사된 부분인데 나도 비슷한 생각을 전에 했었다. 정찰제가 훨씬 효율적이고 신뢰가 간다는. 그런데 베이징의 짝퉁 백화점 슈슈이제, 그 뜻도 아이러니컬 하게도 수려한 수공품점 에서 한 시간 넘게 흥정을 해보고서는 나도 그 맛을 알았다. 남동생이 전에 흥정해본 경험이 있는지라 나름 상황 설명을 곁들여줘서 그 재미를 더했다. 20대 중반쯤 되어보이는 여성이었는데 사교성 있게 한국말로 다가오는가 하더니 값을 깎으려 들면 우는 시늉을 하다가 화를 내는 척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우리가 안 되겠다 자리를 뜰라 치면 손이 발이 되게 빌어보이기도 하고 계산기를 두들기며 더는 안 돼 단호해 보이기도 하고. 한 시간 넘은 연극 끝에 처음 가격 1/3에 질좋은 가죽 가방 3 개를 얻는데 성공했다. 우리돈으로 9만원 정도였으니 웬만한 보세 가게보다도 더 저렴하고 품질은 훨씬 더 우수했다. 왜냐하면 명품과 구분이 안 될 정도로 고퀄리티여야 하기 때문에. 나는 한국에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와 가장 무난하지만 실용적인 백팩 디자인을 골라 여태 잘 매고 다니는 중이다. 아무리 구분이 안 된다 하더라도 짝퉁을 들고 다니는 것은 왠지 나의 경제력을 속이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아뭏든, 결론적으로 누군가는 그렇게 시장판에서 벌이는 실랑이가 비효율이고 저급한 문화라고 생각될 지라도 그 깎는 재미를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반드시 생각이 바뀌리라. 


"그래서 직장에서 안 사람들은 직장 떠나면 친구가 될 수 없다는 말이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직장생활이란 한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열차를 타고 가다가 제각기 다른 역에서 내려 뿔뿔이 흩어져 가는 열차놀이 같은 것인지도 몰랐다." 


경영학 개론 수업만 들어도 가장 기본으로 배우게 되는 단어가 '조직'이다. 그 정의를 구성하는 필수 요건 중 하나가 조직원들의 '상호작용' 이다. 그래서 열차의 승객들은 목적지 라는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는 '집단'임에도 불구하고 '조직'이 될 수 없다고 교수들은 가르친다. 아마도 책 밖의 현실 사회에서는 '상호작용'이 실종되었기에 조직과 열차의 승객들이 다를 바 없게 되어버린것이 아닌가 싶다. 


운 좋게도 혹은 용감무쌍하게도 일 외에도 많은 것들 이를테면 취미생활을 공유하며, 개인사의 고민들을 직장 선배들에게 털어놓은 덕에 나는 많은 사람을 얻었다. 직장을 떠난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그들과 상호작용하면서 내가 얻은 것에 감사하고 소중한 인연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정보>


"적당한 타락을 적당히 묵인하는 것, 그게 독재정권을 유지하는 수천 년 동안의 요령" 

부패한 당원들의 행태에도 불구하고 국가 소요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이유, 중국에 대한 하나의 불가사의가 이렇게 해석되었다. 


그리고 기억해두어야 할 기록적인 오늘의 중국을 나타내는 숫자들.


"롤스로이스의 세계성장률은 170퍼센트 정도인데 비해 중국의 성장률은 800퍼센트로 발표되고 있었다. (1대 당 90만달러, 약 1억원)"


"날이면 날마다 불어나고 있는 중국의 네티즌들은 6억에 육박하며 세계 1위를 자랑하고 있었다."


"매년 대학 졸업자가 650만 명 이상 나와 세계 1위 인데다가..."


"중국은 벌써 1인당 GDP 1만 달러의 인구가 1억 2천만을 넘었고, 2만 달러 인구는 6천만을 넘어서고 있었다."


<폭소> 

"설날이 가장 심할 뿐, 중추절에도 터뜨렸고, 이사한 날에도 터뜨렸고, 개업한 날에도 터뜨렸고, 아들 낳은 날에도 터뜨렸고, 심지어 자동차를 산 날에도 터뜨렸다. 한국사람들이 징그럽게 돼지 대가리에 절해대며 고사 지내는 것처럼."


나라 마다 비효율적이고 다른 국가 사람들로부터 도저히 이해되지 못할 풍습들이 있게 마련인데 저자가 참 잘도 짚었다. 그래서 문화 상대주의라고, 나도 이런게 있는데 너희도 그런거 있겠지 가 말이 되는것 아니겠나 싶다. 


<처세>

옛날에 목이 달아나고 싶으면 세 번 진언하라는 말이 있었다. ... 기업의 오너도 직언의 대상이 아니었고, 충고의 대상도 아니었고, 토론의 대상도 아니었다. 그들은 신적 절대성과 제왕적 권력을 구사하기를 원했다. 함께 일하려면 거기에 맞춰야 했다. 그것은 또 하나의 자본의 마력, 돈의 힘이었다. 


일개 대리의 신분으로 기업 오너를 처음 업무상으로 마주하였을 때, 내가 느낀바와 1%의 오차도 없이 일치한다. 그 제왕적 권력이란 500명 넘는 인력들을 거느린 기업의 대표라 할지라도 월급쟁이는 월급쟁이일 뿐이라는 느낌을 주기까지 했다. 더구나 내가 존경해 마지 않는 대표님이 오너로부터 막말을 듣는 모습을 보자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서글퍼 지고 정신이 바짝 들었다. 사활을 걸고 들이대야 하는 일이구나. 그렇게 덤벼들다가 깨갱하기도 하고 계란의 바위치기도 하고 그게 내가 부딪혔던 자본주의 사회 샐러리 맨의 현실이었다. 


<결문> 

주인공 캐릭터 격인 전대광이 3부 끝날 무렵 '직장'이 아닌 '직업'을 찾아 한 발 한 발 내딛는 모습을 보면서 올해 나의 화두 '무엇이 될 것인가' 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제까지 타인이 쌓아올린 지식을 그저 날름 날름 받아먹고 있을 것인가. 언제까지 남의 성공만 우러러보고 앉아있을 것인가. 나는 어떤 재능을 타고 났으며 어떤 일로 행복하게 살면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까. 다시 원점이다. 서툰 결론이라도 2013년이 끝나기 전에는 일단락 지을 작정이다. 지금의 방황이 값진 자양분이 되길 바라며.



What a precious.







Posted by cooool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