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해외 여행을 떠날 때, 사람들이 그리고 기본적으로 배우는 회화가 무엇인가? 고기는 어떻게 구울 것인지, 포장할지 말지, 등 메뉴주문에서 부딪힐 수 있는 질문들이다. 보통 한식집에서는 메뉴명만 고르면 되는 간단한 절차면 된다. 반면, 패스트푸드점이건 레스토랑이건 주문을 하려면 세세한 질문과 요구가 수반된다. 이러한 서양식 주문 방식이 고객화에 대한 노력으로 느껴질 때도 있지만 고민스럽고 번거롭고 부담스럽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 고민스러운 과정을 거쳐 결정한 결과가 만족스러우면 다행이지만 불만족스러울 가능성도 높다. 현지사정이나 언어에 익숙하지 않아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들 때문이다.
꼭 여행을 가서 겪는 어려움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오늘 점심 메뉴를 무엇으로 할까 하는 작은 선택에서부터 보험상품 선택 등 고려해야 할 것도 많고 정보도 많이 필요한 고관여 제품, 서비스의 선택까지. 누군가 대신 선택해주거나 아니면 선택하지 않아도, 고민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많다.
‘넛지’에서 말하는 선택설계자들이 누가 봐도 오류 없이 선한 목적으로 넛지를 활용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개인적인 바람과 어떻게 하면 업무에 ‘넛지’를 활용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책을 읽었다. (해제를 보니 행동경제학이 가장 환대 받는 분야가 마케팅 전략분야라고 한다. 그러나 합리적 설계자와 무지한 대중이라는 대립구도에서 경제주체의 현상이 자칫 조종의 대상인 듯 다뤄지는 구도가 주는 불편함이 그 한계점 이라고…)
합리적인 판단 대신 수많은 오류를 가진 보통 사람들의 행동양식과 넛지를 가했을 때 달라지는 사람들의 선택, 그리고 그 결과를 담은 흥미로운 책이었다. 과연 선한 의도일지는 모르겠으나 실제 업무에 활용할 수 있으려면 책에 등장한 개념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듯.
넛지(Nudge)
옆 사람의 팔을 잡아 끌어서 어떤 행동을 하게 하는 게 아니라, 단지 팔꿈치로 툭 치면서 넌지시 어떤 행동을 유도한다는 의미. 간단한 변화를 통해 사람들이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게 하고 그러한 해석아래에서 자신이 스스로 선택을 내리게 되므로 여전히 자유주의적인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일종의 개입형태
자유주의적 개입주의 (Libertarian Paternalism)
‘자유를 보존한다’
자유주의적 – 사람들이 자유롭게 원하는 바를 행할 수 있으며 자신이 원하지 않으면 바람직하지 않은 대안은 버릴 수 있어야 함
개입주의 – 사람들이 더 오랫동안 더 건강하고 더 나은 삶을 살게 만들기 위해 선택 설계자가 그들의 행동방식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주장
자유주의적 개입주의 - 비교적 유연하며 비(非)강제적인 유형의 개입주의. 선택을 막거나 차단하지 않으며 선택하는 자에게 심각한 부담도 지우지 않음
인간이 체계적으로 틀리는 방식(편견)
어림감정
- 기준선 설정(Anchoring)발견법
각자 자신이 알고 있는 수치로 모종의 기준선을 설정하여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조정하는 것, 충분히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편향이 일어남. 기준선은 넛지의 역할을 할 수 있음
E.g. 기부금 모금이나 담배소송 시 요구 금액을 높게 잡음으로서 사람들에게 기준으로 인식하게 하고 더 많은 기부금을 모으고 보상받음
- 입수가능성(Availability)발견법
관련 사례들을 얼마나 쉽게 떠올리느냐를 토대로 리스크(Risk)의 확률을 추정함. 매우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례들의 경우 자동시스템에 의해 리스크를 매우 민감하게 인식.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사건들의 확률에 대한 사람들의 가능성 판단을 부풀려놓으며 보다 중요하고 막대한 리스크를 수반하더라도 사건이 전혀 떠오르지 않으면 그 확률이 터무니없이 낮게 평가됨.
E.g. 지진이 한 번 일어나면, 그 여파로 지진보험상품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크게 증가하지만. 기억이 흐릿해지면서 보험가입자 수는 꾸준히 감소
- 대표성(Representativeness)발견법 == 유사성(similarity heuristic) 발견법
A가 B의 범주에 속할 가능성을 판단하라는 요구를 받았을 때 사람들은 A가 B를 얼마나 ‘상징’ 혹은 ‘대표하는지’ 자문함으로써 그 답을 찾아냄.
그런데 유사성과 빈도의 구분에 편견이 끼어들 수 있음.
무작위인 것을 어떤 규칙이 있는 것으로 인식하는 오류
연달아 두 세번의 슛을 성공시킨 선수가 다음 슛도 성공시킬 확률이 높다고 믿는 오류
비현실적 낙관주의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을 평균 이상이라 생각. 자신이 직장에서 해고될 확률, 암에 걸릴 확률, 결혼한 지 몇 년 안 돼서 이혼할 확률, 알코올 중독에 걸릴 확률 등이 남들보다 낮을 것 이라는 생각. 해악에 대한 면역성을 과대평가하다 보면 분별 있는 예방조치를 취하지 못 하게 되므로 넛지가 필요함.
손실기피(Loss Aversion)
똑 같은 대상을 놓고도 그것을 얻었을 때 느끼는 행복은 그것을 잃었을 때 느끼는 처참함에 두 배에 달함. 손실 기피는 타성, 즉 현재 갖고 있는 것을 고수하고자 하는 강한 욕망을 창출하도록 하여 커다란 이익이 되는 교환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에도 이를 실행하지 못하도록 함.
동전의 앞면이 나오면 $X를 따고 뒷면이 나오면 $100를 잃는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앞면이 나왔을 때 $200를 딸 수 있어야 내기에 참여.
현상유지 편향(Status quo bias)
현재 상황을 고수하려는 경향
저녁에 집에서 NBC를 보기 시작한 시청자는 해당 채널을 계속 시청하는 경향
프레이밍(Framing)
인지된 이득을 포함하는 리스크와 인지된 손실을 포함하는 리스크를 다르게 생각하는 보편적인 경향
의사가 환자에게 그 수술을 받은 ‘100명 중 10명이 죽는다’ 라고 말하기보다 ‘100명 중 90명이 산다’ 라고 말하면 같은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수술 동의를 수월하게 얻을 수 있음.
심리학, 행동경제학 등에서 이루어진 연구결과들을 읽어가며 선택 설계자의 입장에 나를 치환시켜 '어떻게 선택설계를 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선택 설계를 군중에 대한 조정의 의도로 오해되지 않길.